• 입력 2022.12.30 09:38

우수 인력·핵심기술 확보 '절대적'…자유롭고 우월한 업무환경·연구성과 보상 필요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3년여 가까이 일상생활을 괴롭혀오던 코로나19의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은 또다른 불편함과 고통을 생산하고 있다.

환율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 역대급 무역수지 적자 등 여러 가지 우울한 뉴스들이 꼬리를 물고 있으며, 떠나가는 2022년을 아쉬워하기보다 다가올 2023년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우리 주위를 더 둘러싸고 있다.

물론 올 한해동안 모든 것이 다 우울하지는 않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축구팀이 만들어낸 16강의 신화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진 드라마였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드라마의 명대사처럼 10%도 안되는 바늘구멍 같은 가능성을 초월하여 대한민국이 16강으로 진출했다.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에서 승리를 했고,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게 했던 다른 경기장의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은 한마음이 되었다. 

복잡한 확률게임과 하늘의 운이 동반되어야 했던 경기, 후반전 추가시간에서 손흥민 선수의 질주가 시작되는 순간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결국 불타올랐던 응원은 소망하던 환희와 감격을 현실로 만들었다.

(자료제공=국방기술진흥연구원)
(자료제공=국방기술진흥연구원)

대한민국 방위산업도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원에서 발간한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5년간 수출실적이 세계 8위에 올랐다고 한다. 세계방산수출 시장에서 당당하게 8강에 오른 것이다. 

6.25전쟁의 폐허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심정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한 결과이다. 방위산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직원들, 그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성원해준 가족들까지 모두가 합심해서 얻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2022년 한해동안 170억 달러의 수출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눈으로 확인했다. 매년 약 30억달러 수준에서 머물렀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600% 이상 늘어난 엄청난 발전이다. 특히 폴란드와 120억달러에 해당하는 수출계약을 이뤄낸 것은 압권이다. 단순히 무기체계를 수출하는 것에 머물지않고, 나토회원국인 폴란드의 방산생태계를 친대한민국으로 전환시켰다는 차원에서 외교적 성과도 대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폴란드는 1950년 6.25 전쟁 당시에도 북한을 지원했었고 전쟁기간 동안 북한의 어린이들을 위탁받아 보호할 정도로 북한을 지지하던 국가였다. 70여년 만에 정반대의 새로운 외교관계로 전환된 것이다.    

희비가 엇갈렸던 2022년이 지나가고 있다. 새로운 2023년은 어떤 현실과 미래를 우리에게 증명해 보일지 궁금함이 앞선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는 4강 진출이라는 역사상 다시없는 기록을 만들어냈고, 붉은 악마가 되어 응원했던 국민들은 축제를 흠뻑 즐길 수있었다. 그당시 운동장을 누볐던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그냥 운이 좋아서 이긴 것은 아니었다. 그럴만한 체력과 경기력이 충분히 뒷받침 되었었다.

그러나 그 다음번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16강에 올라가지 못했다.

달라지고 변해야만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현재의 순위를 지키기 위해 안주하는 것은 결국 정체 또는 도태의 수순으로 갈 뿐이다. 다음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16강을 자신할 수없듯이 다음번 방산수출에서 8강을 장담할 수는 없다.

월드컵 경기 때마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국가들이 있다. 잉글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포르투갈 등 명실공히 세계 강국들이다. 방위산업도 비슷하다. 언제나 수출시장에서 거론되는 우승후보는 록히드마틴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거대 방산기업들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월드컵 우승후보 또는 방산시장 우승후보로 거론되기에는 이르다. 우리 스스로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음을 잘 알고 있다.

그중 가장 절박한 것은 무엇일까. 축구나 방산기업 공히 풍부한 인력에 기반한 핵심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공계 학생들이 취업을 선택할 때 방산기업을 제일 먼저 떠올리는 상황이 현실이 되도록 해야한다. 삼성전자 등 전자와 반도체 기업, 첨단의 인공지능 기업들로만 향하지 않고 방산기업으로 발길을 돌리도록 해야만 한다. 젊은 인재들이 찾아오지 않고 기술력을 가진 인재들이 외면한다면 발전은 요원하다. 만족할만한 급여가 우선조건이겠지만, 요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차원에서 방산기업과 여기에 연관된 국가기관들도 진전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숨막힐 정도로 사방을 억누르는 규제와 통제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해야한다. 휴대폰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요즘의 일상에서 매우 기본적인 것인데, 여러 가지 제약과 함께 업무처리에도 엄청난 시간과 절차가 소요된다고 하는 것은 2023년의 추세에 어울리지 않는다.

보안은 억누르고 통제하는 것으로만 완성될 수는 없다. 꼭 필요한 부분에서는 엄격히 통제를 하되, 그 외의 일반적인 업무환경은 보다 자유롭게 보장해야 한다. 

여름철 반바지를 입게 하는 작은 것에서 희망을 느끼고 연구할 의욕을 되찾기도 하는 사례를 목격한 기억이 있다. 늘 거창한 계획과 대규모의 개혁을 앞세운다고 해서 직원들의 일상이 달라지거나 만족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부분 하나라도 직원들 입장과 눈높이에서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해결해가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커뮤니케이션 역시 기자들과 실랑이를 하고 미사여구의 보도자료를 돌리는 것으로 충족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부고객인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소통을 하고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일반기업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이 방산기업을 동경하고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오너, 대주주, 대표이사들의 인식전환이 반드시 선행될 필요가 크다. 사업보국의 사명이 다른 어느곳보다 더 요구되는 방위산업 업종의 특성을 고려, 급여와 충분한 복지 등 모든 부분에서 공정한 배분을 해야 한다.

올해 거둬들인 170억 달러의 엄청난 매출이 방산업계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한다. 혼신의 노력으로 시간과 열정을 불태웠는데, 기업의 일반 구성원들이 성과와 보상을 실감하지 못한다면 더 높은 성취를 기대하기 쉽지않다.

늘 새로운 인력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생동감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고, 젊음의 시선과 의견들이 마음놓고 표출될 수있도록 해야한다. 기업의 전통은 젊고 우수한 신입직원들이 이어져야만 계속될 수 있다. 

국방과학기술의 본산인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도 같은 입장이라고 본다. 이공계 석사와 박사 등 젊은 연구인력들은 사회의 일반 대기업보다도 우월한 연구환경과 처우를 보장해야만 찾아올 것이다. 그러한 노력과 변화가 없다면, 정부가 소리 높여 외치고있는 '과학기술 강군'과 '국방혁신 4.0'도 그냥 구호로만 남을 것이다. 

월드컵 16강과 방산수출 8강이라는 성과를 지속하고 더 발전시키기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은 우수하고 에너지 넘치는 인력들이 더 많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서 'in 방산'이 아니라 'out 방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건 아닌지 대표이사들이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2027년 글로벌 방산시장 4강으로 전진할 수 있다.  //엄효식 GOTD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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