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22 05:00

간부 처우·복지 획기적 개선돼야 젊은층 마음 얻어

엄효식 마편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엄효식 마편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지난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졌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그동안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준비했던 실력을 아낌없이 쏟아냈을 것이다.

이번 수능시험에는 50만 4천여명이 원서를 냈다. 이중 재학생은 32만 6천여명(64.7%)으로 1년 전보다 2만 3천여명 줄었다.

수험생 50만명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문득 대한민국 국군 50만명이 떠올랐다. 12월초 시험결과 성적표를 받고 각자의 진로를 선택하게 되면, 그 가운데 대부분 남학생들의 다음 행로는 군대가 된다. 요즘은 대학교 1학년때 휴학을 하고 입대를 하는게 일반적이라서, 수능의 계곡 맞은편 산꼭대기에 ‘입대’라는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올해 통계가 보여주고 있듯이, 수능시험에 응시하는 재학생 수험생들이 줄어들고 있다. 물론 수능시험을 보지않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수능 수험생이 줄었다는 것은 군대로 올 수 있는 입대인원도 그만큼 감소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있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위기 가운데 대표적인 문제가 저출산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수능시험 수험생의 감소도 상당부분 저출산에서 출발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8월 출생아 수는 18,984명, 전년동월 대비 2,798명(-12.8%) 감소했으며, 지난 8월까지 출생아는 총 15만 8천여명이다. 2021년은 260,562명, 2022년은 249,186명인데 아무래도 올해 총 출생아는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저출산문제는 군 병력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우리 국군을 현재처럼 50만명으로 유지하는건 불가능하고, 어쩔수없이 40만 또는 30만으로 가야하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다들 고민한다.

현재의 군 병력구조에서는 매년 남성 20만여명이 입대를 해야하는데, 현재의 출생률로는 도저히 충족할 수 없다.

우리 헌법 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바로 이 조항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청춘들은 군입대를 해야하고, 이유없이 거부할 경우에는 법적 불이익을 받게된다. 

또한 병역법 제3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밝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제 징집제의 한계에 도래했다고 하면서, 지원병제로의 전환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과연 지원병제로 전환한다면 신병 부족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지난 50년간 지원병 제도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입대 신병 부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미 육군은 신병모집 목표가 6만 여명인데 1만 1천여명 부족했다. 미 해군은 목표 3만 7천여명인데 7600여명 부족했고 미 공군도 병사모집 목표 2만 6천여명인데 10%를 채우지 못했다. 

물론 미국의 입대지원병 미달은 출생률 저하 또는 인구 감소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젊은층의 군대에 대한 ‘호감’이 감소했고, 과체중이나 정신·심리 상태, 마약 문제 등으로 인해 입대 부적격자 비율의 증가, 인력획득 관련 민간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미국의 육·해·공군은 모집 정원을 채우기 위해 온갖 입대 보너스와 복무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심지어 언어·수학·기술적 능력을 테스트하는 군사적성시험 기준도 낮췄다. 육군과 해군은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들이 본격적으로 신병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체력과 지식을 키울 수 있는 보충학교까지 세웠다.

우리는 징집의 강제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향해 씩씩하게 들어오는 신병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사회의 기업이 아니라 직업군인으로서 군대를 선택하는 간부들에게 비교우위의 어떤 처우와 복지, 근무여건을 준비하고 제공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헌법과 병역법의 조문을 외치며, 군대의 열악한 현실을 당연시하는건 2023년의 시대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미 육군은 지난 3월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기위해 10년 만에 육군의 브랜드 슬로건을 변경했다. “육군이 되면, 당신이 되고 싶은 모든 것이 될 수 있다”(Be all that you can be)가 그것이다.

우리는 이제 수능시험을 마치고 자기 발로 군대를 향해 걸어오는 신병들은 물론 직업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군대를 선택하는 간부들에게 어떤 슬로건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군대를 만들어갈지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병사들의 급여를 획기적으로 인상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오히려 뒤늦은 것이 아쉽다. 그런만큼 군대의 모든 근무환경과 여건, 특히 간부들의 처우와 복지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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