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1.08 00:05

한대훈 SK증권 블록체인혁신금융팀장

한대훈 SK증권 블록체인혁신금융팀장.
한대훈 SK증권 블록체인혁신금융팀장.

'비트코인=인플레이션 헤지(hedge)'라는 내러티브가 흔들린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역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활발하다. 전통적 자산의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 가상자산이 꼽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운용사 피델리티가 기관 고객 대상의 이더리움 거래 지원 계획을 밝혔고, 마스터카드는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제휴를 통해 올해부터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가상자산 결제를 시작한다. 이처럼 산업 내에서의 변화와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참여 의사는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지만 가격 반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이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축적인 정책기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상자산이 성장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는 투자보다 현금을 유보하는 쪽을 선택하기 쉽다. 결국 인플레이션 헤지(hedge)에 대한 수단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되던 비트코인의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실제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국가들이 늘어난 상황이지만 오히려 비트코인의 가격은 떨어졌고 '비트코인=인플레이션의 대안'이라는 내러티브도 무색해졌으니 말이다. 

악재의 연속이고, 앞으로도 안 좋은 소식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역설적으로 루나, FTX, 위믹스 등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시장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우선,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장밋빛 전망을 전망이 아닌 현실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이 처음 알려진 후, 기대감에 의해 시장은 커졌다. 비트코인이 화폐처럼 쓰이고, 이더리움의 스마트 콘트랙트를 활용해 다양한 탈중앙화 앱(DApp)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은 흥분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당장 화폐로 쓰이지 않았고, 이더리움은 값비싼 수수료 등으로 인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되지 못했다. 다시 시장이 활기를 띤 것은 비트코인의 사용처가 늘어나고 이더리움을 활용해 디파이, NFT 등 실제의 사례들이 나온 직후였다. 이제는 단순한 기대감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제도나 규제의 정비다. 루나 사태가 발생한 이유도, FTX가 파산신청을 한 이유도 제도나 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기획 중인 기업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시해야 시장은 건전하게 발전한다.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제공돼야 하는 것은 이미 전통시장에서 경험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번 여러 사태를 경험 삼아 제도와 규제의 정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물론 이렇게 되면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본연의 사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와 신뢰다. 

이번이 몇 번째 위기인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상자산 시장의 위기는 여러 차례 있었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부정적 전망을 비웃듯 시장은 빠르게 다시 성장했다. 이번 위기도 몇 년 후에는 그저 또 한 번의 어려웠던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반감기가 다시 도래하면 회복되기에는 이제 시장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커졌다. 더 이상 기대감이 아닌 실제 사례를 통한 증명,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한 제도와 규제의 정비를 통해 다시 신뢰를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