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1.09 11:53

대통령실,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제안 반박 이어 '해촉 검토'까지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클럽에서 열린 '2023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나경원 부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클럽에서 열린 '2023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나경원 부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여부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레이스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친윤계(친윤석열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의 전격적인 불출마에 따라 '친윤 단일후보'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친윤 표심이 분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마디로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명시적으로 나 전 의원 불출마를 압박하는 분위기이지만, 나 전 의원은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당대표 출마로 기울었다는 예고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자신이 저출산 대책으로 언급한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정책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공개 반박하자 이에 대해 '우려를 이해한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또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며 "아직 정책적으로 확정이 된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실의 의사표명이 있기 전까지 나 전 의원이 "개인 의견으로 치부한 건 너무하다"고 반발한데서 다소 물러난 언급이다.

그러면서도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재정투입 부담도 크나, 그 불가피성도 뚜렷한 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이번 이슈를 정책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프레임에 가두고, 일부 인사가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피력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결혼하면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전환, 둘째·셋째 출산 시 원금 일부나 전액을 탕감해주는 이른바 '헝가리식 출산 장려 정책' 도입을 언급했다.

이는 대통령실의 의사표명에 대해 나 전 의원이 '윤심(윤 대통령의 마음)의 반영이라는 해석'이라는 정치권의 시각에 대해 정면 반발하면서 그런 해석은 '정략'일 뿐이라고 비판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친윤계가 전방위적으로 불출마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양상이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유의미한 일, 인구 문제에 집중해 어떤 결과물을 내 윤석열 정부에 큰 공헌을 했으면 한다"고 우회적으로 불출마를 권고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이 장관급이라는데, 당 대표 선거의 선두주자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당 대표 선거 쪽을 저울질한다는 추측이 무성하다"며 "그 위원회의 부위원장이라는 고위직에는 조금도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당의 원로 격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재오 당 상임고문도 나 전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정치적 해석을 우려하면서도 "나 전 의원의 해촉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친윤계에서는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친윤 성향의 표가 갈리면서 유승민 전 의원 등 친윤이 원치 않는 후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비록 색채는 옅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친윤계로 꼽히는 나 전 의원은 4선 의원에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높은 대중 인지도까지 겸비해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돼왔다. 최근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선두권으로 파악됐다. 

이런 만큼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친윤 표를 가를 뿐만 아니라 수도권 기반이 겹치는 안철수 의원은 물론 비윤(비윤석열)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결심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잖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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