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1.11 06:05

증권사 신용도 줄하락…파산 시 원리금 보장 안돼
ELB 금리, 금융당국 경고에도 은행 정기예금 상회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지난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중소형 증권사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를 통해 자금을 수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증권사 신용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증권사의 회사채로 통하는 ELB를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ELB 발행규모는 총 29조4944억원으로 전년 동기(22조8823억원) 대비 28.90%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달 동안 3조394억원이 발행되기도 했다.

ELB는 운용자금의 대부분을 국공채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초 자산인 주가 지수나 개별 주식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만기 때 기초자산이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다.

ELB가 통상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인식되지만, '원리금 보장형' 상품일 뿐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고 투자금은 법적으로 별도 예치 의무도 없어 증권사의 고유재산과 분리되지도 않는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이기 때문에 파산 시 투자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도 높은 상품이다.

증권사는 원리금 보장 상품이라고 광고하지만,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것으로 예금자 보호 대상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 중소형 증권사들이 높은 금리를 내세워 발행량이 급증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원리금 지급을 책임지는 상품"이라며 투자자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이달 기준 ELB 가운데 약정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BNK투자증권의 11개월 만기 ELB로 약정금리는 5.9%다. 뒤이어 메리츠증권(5.8%), DB금융투자(5.8%), 교보증권(5.7%) 순이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약 3.9%인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가 제시하는 ELB 금리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8%의 약정금리로 발행한 SK증권은 지난해 초 903억원이던 ELB 발행잔액이 올해 초 4927억원으로 급등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유동성 우려를 ELB로 수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자기자본 200% 한도 안에서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 경색을 해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5% 중반까지 올랐던 발행어음 수익률은 이달 5%대 초반까지 일제히 내렸다. 통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정책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 것과 달리 이달은 금통위 정책과 상관없이 인하했다. 이번 인하로 대형 증권사들은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가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확보할 때,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다. 

부동산 PF 시장이 무너지면서 유동성 지원을 받은 중소형 증권사는 희망퇴직과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 노력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또 다른 자금 마련 방안으로 ELB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으로 증권사가 도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당국도 ELB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ELB의 원리금 상환 여부는 증권사의 지급여력에 따라 결정되며, 파산 시 투자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라며 "상품의 손익구조, 기초자산, 발행사(증권회사) 신용등급, 유동성리스크, 지급여력 및 건전성 지표 등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증권사에 ELB 관련 "불안전 판매에 유의하라"는 지도 공문도 발송했다. 

올해 기업금융(IB) 업황이 지난해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사의 신용 등급도 하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더욱 필요하는 지적이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5일 실적 저하를 이유로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내렸다. 또한 모니터링 대상 기업으로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SK증권을 꼽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ELB 발행이 단기 자금 조달 측면으로 변질됐다"며 "상투적이지만 투자자가 발행 증권사의 신용도와 건전성을 면밀히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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