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1.25 17:40

"현지 부품 조달 시스템 빠르게 구축해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방식의 신년회에서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방식의 신년회에서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글로벌 전기차 판매 5위 자리를 꿰찬 현대자동차그룹이 전 세계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아세안(ASEAN)시장의 전동화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핵심 시장인 미국·유럽에서 성장 가도를 달리며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 5위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기세를 몰아 신흥 시장의 '패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올해를 기점으로 신흥 시장에서 전동화 전략을 본격 전개할 계획이다.

아세안 지역에서 현대차그룹이 가장 집중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전기차의 폭발적 수요를 앞두고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20%로 늘리고, 2030년에는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총 5조루피아(약 4125억원)의 보조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준공한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지난해 3월 준공한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는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인도네시아 버카시 전기차 생산공장을 지난해 3월 완공하고 '아이오닉5'를 생산·판매 중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현대모비스와 손잡고 설립한 배터리 합작사 에이치엘아이(HLI)그린파워의 생산기지를 2024년 준공해 2025년부터 배터리를 본격 양산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베트남 시장 점유율 선점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해 일본 도요타(9만1115대)에 밀려 2위로 밀려난 현대차(8만1582대)는 올해 전동화·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1위 재탈환을 노릴 계획이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35.2%로 전년 동기 대비 4.6%포인트 끌어올렸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태국 공략도 강화한다. 지난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시장 점유율 0.7%를 기록한 현대차는 지난해 말 태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집중 공략에 돌입했다. 올해부터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 판매해 시장 내 영향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계획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소규모 전기차 공장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는 4월부터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싱가포르 주룽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글로벌혁신센터(HMGICS)에서 상반기 중 아이오닉 5를 생산한다. 2025년까지는 연산 3만대 규모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이오닉 6'와 2세대 '코나 EV'도 싱가포르 현지 생산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가 4월부터 연 3만대 규모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싱가포르 HMGICS 조감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반면, 여러 차종을 생산한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가 4월부터 연 3만대 규모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싱가포르 HMGICS 조감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반면, 여러 차종을 생산한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물론 현대차그룹의 동남아시아 공략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난관을 넘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의 확보다. 2021년 기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을 살펴보면 ▲태국 7260달러 ▲인도네시아 4140달러 ▲베트남 3560달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민 소득에 적합한 차량을 생산하려면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그나마 들어오고 있는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가격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내세우는 1000만원 이하의 초소형 전기차 모델을 넘어설 모델을 다각도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충전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보급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각 국가의 정부와 현대차의 SPC(특별목적법인), 그리고 현지 기업들까지, 이른바 '쓰리트랙 전략'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항구 위원도 "우리나라는 원전을 복구하면서 블랙아웃 문제를 극복했지만, 동남아시아는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다"며 "국가가 나서 이런 부분을 해결해줘야만 인프라가 구축되고 전기차 판매량도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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