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1.31 18:07
쉐보레 부평공장의 조립라인에서 트레일 블레이저를 양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쉐보레 부평공장의 조립라인에서 트레일 블레이저를 양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지난 10년간 이어졌던 한국지엠(이하 GM한국사업장)과 현대모비스의 부품 개발 협력 프로젝트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협력 프로젝트의 상당수를 조만간 종결하고, 이를 대신할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31일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GM한국사업장과 현대모비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상당수 종료를 앞두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번엔 (신규 프로젝트 착수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GM한국사업장과 현대모비스는 10년 이상 협업해 부품을 개발해왔는데, GM한국사업장 연구소 주관으로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신규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않고 끝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현대모비스는 GM브라질과의 개발 협력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양사 간 소멸하는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단,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끝나면 MCM(마이너 체인지 모델)과 관련한 일부 개발만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GM한국사업장 관계자는 "글로벌 GM의 개발 프로젝트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연구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국내 생산 차종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010년부터 ICS(인티그레이티드 센터 스택)를 글로벌 GM에 공급하고 있다"며 "글로벌 GM과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는 현재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30일 열린 2023 제너럴 모터스 기자간담회에서 로베르토 렘펠 GM한국사업장 사장이 한국 시장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30일 열린 2023 제너럴 모터스 기자간담회에서 로베르토 렘펠 GM한국사업장 사장이 한국 시장의 미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현대모비스와의 협력 축소 움직임에 업계 일각에서는 GM한국사업장 철수설이 다시 거론되는 모습이다. 특히 글로벌 GM이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히지 않는 것도 이를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평2공장을 폐쇄한 GM한국사업장은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 두 곳에서 '트레일블레이저'와 차세대 CUV인 신형 '트랙스'만 생산 중이다. 글로벌 GM이 북미와 중국, 멕시코에서 전기차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GM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곳은 GM한국사업장과 GM브라질뿐이다.

때문에 미래 지속가능한 전기차의 생산 계획 없이 내연기관차 생산에 주력하다가, 시장이 전동화로 전환되면 결국 철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GM 측은 공식적으로 강력 부인하고 있다.

로베르토 렘펠 GM한국사업장 사장은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묻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의지가 없는 시장에 기업은 투자하지 않는다"며 "GM만큼 한국에 투자를 하는 회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2년간 국내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생산 목표량을 달성한다면 한국에 전기차를 배정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양사 간 프로젝트가 일부 소멸된다는 것은)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다. 한국에서 하는 일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글로벌 GM은 이미) 연구개발 부서를 분리해 떠나기 좋게 만들어놨다. 노사분규와 같은 이슈만 발생하면 철수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차 개발은 미국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고 국내에서의 개발은 많이 줄었다. 현대모비스와의 일부 개발 종료도 마찬가지 현상"이라면서도 "(GM한국사업장과 글로벌 GM이) 내부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예전에는 신차 개발을 국내에서도 했지만, 지금은 미국 본사로 통합됐다. 국내 개발이라는 의미가 크지 않다"며 "카허 카젬 사장이 '수익성 창출 전 전기차 생산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수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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