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2.08 18:36
ㅏ 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로 인한 역풍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대통령실은 이날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공지를 통해 "의회주의 포기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 스스로는 이날 이동옥 대변인을 통해 내놓은 성명서에서 "오늘 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인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은 그 취지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초유의 사태가 가져올 국민안전 공백 상태가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의 유력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캠프에서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분명히 자충수가 될 것임을 경고했음에도 탄핵안을 밀어붙이는 폭거를 감행했다"고 논평했다. 이어  "민주당의 '정치 파탄, 국정 발목잡기'에 할 말을 잃는다. 민주당의 오늘 횡포는 결국 자살골이 되고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민주당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국민은 이 모든 것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민주당의 꼼수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탄핵소추안이 어떻게 통과됐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총 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중요한 포인트는 179표라는 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다. 민주당 의원을 모두 합하면 169석이다. 여기에 10표가 더 붙은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당 6표와 시대전환 같은 소수정당의 표는 물론이고 무소속 의원들의 표가 합세해야 가능한 수치다.  

한마디로 이들이 모두 이상민 장관 탄핵을 놓고 한마음으로 뭉쳤다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장관 탄핵에 일사불란하게 나선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여기에는 '무기명 투표'라는 익명성 보장도 당연히 한몫 했을거라고 분석된다. 이런 결과가 도출된 근본 이유에는 '명문화된 법규정 위반 여부'보다 법규정에는 없더라도 '감정법' 내지는 '국민정서법'이라는 법 아닌 법이 더 우위에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1월 4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를 해온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에 대한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냈다. 행안부와 서울시에는 이태원동에 한정된 재난안전관리 기본 계획을 세울 구체적 의무가 없거니와 재난안전법의 전체적인 규정과 취지를 봤을 때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재난 대비·대응 의무를 지는 것은 기초자치단체로 판단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서울시에 책임을 묻기 힘든 만큼 그 상급 기관인 행안부에도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 것이다.  

이상민 장관에게는 그 어떤 위법 행위도 없었고 따라서 특수본이 수사를 통해 처벌할 대상 명단에도 당연히 이 장관은 속해있지 않았다. 물론 특수본의 수사 결과가 반드시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야당의 주장처럼 부실수사, 하명수사, 편파수사라고 헐뜯으려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이런 점을 청문회에서 밝혀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오다가 끝내 이 장관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행위로 읽혀진다.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근대형법상의 기본원칙이다. 즉, 피의자를 붙잡아와서 곤장을 치면서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며 자백을 강요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상민 장관은 법적인 죄명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법을 만들고 법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존중해야 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앞서 그는 수차례 국민에게 사과를 한 바 있다. 

이쯤 되면 범야권이 이 장관 탄핵 추진에 똘똘 뭉친 이유가 궁금해진다. 적잖은 사람들이 꼽는 '실제적 이유'는 사법리스크가 거의 정점에 달해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방탄용 탄핵 추진'이라는 시각이다.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공세를 통해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에 대한 관심을 돌리고 정부와 국민의힘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관점이다. 이슈에는 새 이슈로 맞불을 놓아 기존 이슈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심산이라는 분석이다. 

정공법이 아닌 변칙작전은 당장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않는 법이다. 벌써부터 야권 일각에선 '민주당은 역풍을 제대로 맞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에 꽃길이 깔렸다', '민주당이 제대로 망하려고 작정했구나' 등의 걱정이 쏟아져 나온다.

민주당은 향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이 결정된 뒤에도 이번 결정을 놓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과연 있을까.

세월호 참사에선 사고를 야기한 숱한 잘못과 이를 저지른 책임자들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들의 죄책도 무거웠다. 이태원 참사는 이와는 다르다. 

헌법재판소야말로 죄형법정주의를 따지는 기관이다. 장관도 대통령에 못지 않게 중요한 직책임은 분명하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보면 범야권이 정치적 참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리 되면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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