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2.26 07:00

'디지코' 강조에 본연 통신기능 훼손…가입자 감소·인터넷 먹통 사고 빈발
"IT전문가보다 전방위 혁신 가능한 강한 리더십 갖춘 CEO 필요" 설득력

KT 로고 (사진제공=KT)
KT 로고 (사진제공=KT)

[뉴스웍스=문병도·백진호 기자] 공기업이었던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다. 하지만 1대주주는 지분 10.03%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구현모 KT대표의 연임시도를 좌절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구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민영화됐으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자 KT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주주로서 적극 참여하고 자금의 주인인 국민에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지침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시작으로 여러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도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구 대표의 연임 시도는 부적절하다며 거들었다. 참여연대는 구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 행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구 대표는 지난 3년간 재직하면서 '디지코'를 강조하며 '탈 통신'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외형을 키웠지만 이 과정에서 본업인 통신사업은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KT 임원진이 인터넷 장애 관련 '재발방지대책 및 보상안'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제공=KT)
KT 임원진이 인터넷 장애 관련 '재발방지대책 및 보상안'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제공=KT)

잊을만하면 인터넷 통신 장애가 벌어진 것이 대표적인 잘못이다. 지난 2021년 10월 25일 발생한 '인터넷 먹통' 사고를 되돌려 보자. 이날 오전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와 일부 통화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하면서 광주·전남 지역을 비롯한 전국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통신 접속에 장애가 발생한지 40여 분 만에 복구가 완료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접속 장애가 1시간 넘게 지속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당초 KT는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고 발표했지만 나중에 명령어 단 하나를 빼먹은 인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올해 1월 2일에도 오후 약 20분 가량 부산과 울산 등 경상남도 지역에서 KT 유선 인터넷 및 와이파이 연결이 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잇단 사고로 통신망이 민생은 물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점이 더욱 명백해졌다.

디지코에 전념한 부작용으로 본업인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기초체력 저하도 확인됐다. 

지난해 전체 이동통신 회선이 400만 개 이상 늘어난 가운데 KT만이 0%대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KT 회선 수는 실질적인 가입자 기준으로는 감소했다. KT가 최근 수년 간 디지털 전환과 기업간거래(B2B) 영업에 힘쓰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무선 영업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신사업도 통신망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만큼 이제라도 통신사의 핵심 역량인 회선 수 확충에 신경쓸 필요가 적지 않다. 

사외 CEO 후보자 (표제공=KT)

지난 20일 KT에 따르면 차기 대표 후보자 공개모집 결과 총 34명이 지원했다. 외부 인사는 18명이고, 내부 인사는 16명이었는데 구 대표의 사퇴로 내부 후보자는 한 명 줄었다.

이 가운데 외부 인사가 대표로 선임된다면 내부 구성원과의 긴장이나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KT새노조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정치권에 몸담다 KT 수장 자리를 기웃거리는 정치권 낙하산 후보는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내부 출신만 중용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경영에 안주할 위험성이 커진다.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성장동력도 찾아 육성하려면 시대 변화를 앞서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갖고 있으면서 현 정부와도 호흡이 맞는  인물이 선임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능력도 없는 정치권 인사의 부임을 반대하는 노조의 입장은 일리가 있고 공감도 간다. 그렇다고 외부인이라고 무작정 배척하는 것도 회사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디지코' 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훼손된 통신 본연의 기능을 복원하려면 카리스마를 갖춘 외부 인사가 지금 시점에서는 절실하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충고는  KT가 하는 사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 KT에게 가장 요구되는 과제는 국가통신망 관리라는 본연의 기능을 되찾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형적인 IT 전문가 보다는 전방위적 조직 쇄신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차기 CEO로 선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KT의 차기 CEO가 해야 할 임무는 막중하다. 먼저 이사회 이사들과 CEO가 유착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온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임기 연장만을 노린 단기 업적지상주의에 치우쳐 종업원들에게 낮은 처우를 강요하는 구조도 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KT의 차기 수장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바로 코디네이션이다. 각 계열사 관리는  IT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폭 넓은 경영 안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통신사업 강화 전략도 제시해야 한다. 구 대표가 추진한 탈통신과 수익중심 경영이 낳은 통신 재해와 부실화된 사업에 대한 대안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런 CEO를 찾으려면 심사 과정에서 주요 주주와 소비자단체, 노동자 대표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임무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KT가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차기 CEO로 와야 한다"는 내외부의 지적을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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