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2.27 17:33
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에 대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말은 그때 그때 달라지면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재명 위원장은 지난해 5월 16일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 출마 유세 현장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해서 추진하시라. 제가 100% 찬성하고, 우리(민주당)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지난해 5월 22일 충북 청주 지방선거 유세에선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자는 것에 100% 동의한다. 처음부터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당시 이 대표는 "10년 넘도록 먼지 털 듯이 털린, 저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필요하지 않다"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1월 18일 'KBS 9뉴스'에 출연해서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에 대한 주장이 180도 변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과거로 퇴행할지 상상하지 못했다"며 "누군가를 잡겠다고 마음먹고, 대놓고 수사 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었나, 군사독재정권 정도로 퇴행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한마디로 말뒤집기는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군사독재정권으로 퇴행했기에 지금 시점에서는 불체포 특권이 지켜져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닥칠 '사법리스크'를 예견이라도 한듯이 민주당 대표가 되자마자 서둘러 민주당 당헌 개정에 나섰다. 그 핵심은 당대표가 기소되더라도 당대표직에서 내려 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재명 방탄용'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민주당의 당헌 80조 3항 개정안은 결국 지난해 8월 26일 재투표 끝에 최종 확정됐다. 당헌 제80조 1항의 '기소 시 당직 정지' 조항은 그대로 두고 구제의 주체만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바꾸는 80조 3항 개정안은 개정했다. 

요약하면 이 대표가 검찰에 의해 기소되고 심지어 구속되더라도 대표직과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도록 민주당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당무위원회의 의장은 당대표가 맡는다. 그간의 언동을 볼 때 이 대표가 스스로 자신에게 당직을 정지시키는 조치를 내리지는 않을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자리를 지킬 안전판을 이미 확실히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민주당의 행보를 놓고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민주당이라는 정당과는 무관한 일에 왜 당의 명운을 걸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즉,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등은 모두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혹은 경기지사 재직 시절 지역의 토착세력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민주당과 관련된 정치적 탄압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검찰, 경찰과 이 대표 사이에서 해결할 문제이지 민주당이 나설 일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한 가지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국회 논란의 정점을 찍은 3월 임시국회 소집과 관련된 일이다. 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이 많다면 임시국회 소집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이 많았어도 3·1절에 국회를 열었던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3·1절에도 임시국회를 소집해놓은 민주당의 행태는 이재명 대표를 위한 '방탄국회'가 아니라면 그 어떤 말로도 해명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 조차 "이건 아니다"라는 볼멘소리가 분출되는 상태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이재명 대표에 대해 사법처리를 막아야겠느냐는 얘기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 대표의 범죄혐의를 강하게 시인하는 행보가 아니냐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현재 이 대표와 관련한 굵직한 범죄 혐의만 따져봐도 대략 11가지 정도다. 위례·대장동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재판거래 의혹, 쌍방울 관련 횡령·배임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캠프 전용 의혹, 무료 변론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지사 시절 대북 송금 의혹, 20대 대선 당시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선거법 위반 의혹이다.

역대 그 어느 당의 어떤 당대표도 굵직한 범죄혐의만 해도 11가지의 범죄혐의를 갖고 있었던 인물은 없었다. 오로지 이 대표가 유일하다. 이렇게 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민주당이 계속해서 비호할 수 있을까.

즉 검찰이 계속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에 따라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그때마다 총력을 집중해서 이 대표를 위한 방탄국회를 열 수 있을까.

그렇게 방탄국회를 지속한다면 그만큼 역풍도 거세질 것이다. 민주당이 무리를 해서라도 이 대표만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스스로 정당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민주당의 이같이 움직임에 다른 정당은 물론 대부분의 국민은 수수방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제라도 이재명 대표를 잡고 있는 손을 놓고 우리나라의 사법시스템을 믿고 그속에서 이 대표 문제가 처리되도록 맡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당 정치를 토대로 민주정치를 발전시켜온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더군다나 27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압도적인 이탈표'가 확인된 마당이니 더욱더 그렇다. 

이재명 대표가 받아온 자신의 성적표는 재적 297명중에서 체포동의안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가까스로 체포동의안이 부결 됐지만 '사실상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이것으로 끝'이라는 웅성거림이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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