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3.05 17:00

"무분별한 지점 통폐합, 투자자 불편 초래"

주요 증권사 점포 수 추이.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주요 증권사 점포 수 추이.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증권사 점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대형사인 삼성증권의 경우 2년 전 보다 절반 가까이 줄여 눈길을 끌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0개 증권사의 총 점포(국내 영업점과 국내 지점) 수는 882곳으로 집계됐다. 2020년 981곳으로 줄어든 뒤 매년 50개 점포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9년 1026곳에 달했던 점포 수는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삼성증권의 점포 수 급감이 눈에 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29곳의 점포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말(50곳)과 비교하면 21곳(42%)이나 감소했다.

경쟁 증권사의 경우 최대한 점포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영업망 축소 전략이 두드러졌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78개 지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NH투자증권은 75곳에서 72곳으로 3개 지점 축소에 그쳤다.

이에 반해 삼성증권은 점포를 통폐합하는 대신 대형 복합센터로 전환하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강북과 일산 지점 6곳을 합쳐 초대형 복합센터로 전환했다.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강북금융센터 역시 이촌·마포·상계·합정 지점과 경기 일산 지점을 하나로 통합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점포 수는 줄었지만 인력은 유지하고 있다"며 "통합된 지점에서 PB가 고객들에게 전화로 직접 상담하고 있어 고객들은 기다리는 시간 없이 상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점포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프라이빗 뱅커(PB)들과 깊이 있는 상담을 원한다"며 "PB별 개인 상담 공간도 마련돼 있어 프라이버시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점포 대형화 전략으로 수정하면서 일부 경쟁사도 이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은 강남대로2PB센터, 강동PB센터, 수유동지점, 합정동지점, 정자PB센터, 청담영업소를 비롯해 여수충무영업소, 대전지점 등 8곳을 폐지하고 일부 점포를 대형화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의 지점에 대한 수요가 대형화, 고급화로 가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일부 지점을 통폐합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강남대로WM센터와 교대역WM센터를 통합해 강남금융센터를 오픈했다. 강남금융센터에는 증권 업계 최초로 STM(Smart Teller Machine)도 도입됐다. 고객들은 NH투자증권의 STM을 통해 ▲휴대폰 거래 신청 ▲공모주 청약 ▲주소·연락처 바꾸기 ▲안내·수신방법 변경 ▲바이오 인증 등록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증권사가 오프라인 점포 수를 줄이는 것은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진 영향도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점포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예전만치 않다"며 "고객 대부분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업무 처리를 하면서 자연스레 점포를 통폐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증권사 노조는 무분별한 점포 통폐합에 반발하기도 했다. 점포 통폐합이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갈 것이란 이유에서다. 

교보증권 노조는 지난해 과격한 점포 통폐합을 우려해 본사 로비에서 천막을 치며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교보증권 노조는 "고객들이 직접 점포에 찾아와서 해야 하는 대면 업무가 있는데 점포가 줄어들면 고객 입장에서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고객들이 방문하지 못하면 영업 직원들의 영업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기업들이 수익 중심으로 점포를 폐쇄하고 있지만, 결국 소외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고령층 고객들의 경우 아무리 비대면 시스템을 교육하더라도 젊은층과 달리 어려움을 계속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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