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3.06 09:17

석유류·축산물 하락 영향…추경호 "특별한 외부충격 없다면 물가 둔화 흐름 뚜렷해질 것"

(자료제공=통계청)
(자료제공=통계청)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류 가격의 하향안정세가 복합 작용했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4.8%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10월 3.2%로 3%를 넘은 뒤 11월(3.8%)과 12월(3.7%), 2022년 1월(3.6%), 2월(3.7%)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3월(4.1%)과 4월(4.8%)에는 4%를 돌파했고 5월(5.4%)에는 5%를 넘어선 뒤 6월(6.0%)과 7월(6.3%)에는 6%대로 올라섰다. 7월을 정점으로 소비자물가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석유류 가격 안정세 영향으로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에는 5%대로 다소 둔화됐다. 올해 1월(5.2%)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공공요금 상승 영향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2월에는 10개월 만에 4%대로 하락했다.

2월 소비자물가를 품목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1년 전에 비해 6.0%, 서비스는 3.8%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의 경우 1.1% 올랐다. 세부적으로 보면 축산물은 2.0% 하락했으나 농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1.3%, 8.3%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 채소류는 7.4% 올랐다. 축산물의 경우 대규모 할인행사 영향으로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에 하락했다.

품목으로 살펴보면 고등어(13.5%), 풋고추(34.2%), 파(29.7%), 귤(14.3%), 닭고기(16.4%), 오이(27.4%), 양파(33.9%), 화초(22.2%) 등은 오르고 국산쇠고기(-6.1%), 쌀(-8.1%), 배추(-21.6%), 토마토(-14.8%), 수입쇠고기(-5.2%), 사과(-6.9%), 딸기(-7.8%) 등은 내렸다.

공업제품은 가공식품(10.4%)이 올랐으나 석유류(-1.1%)가 내리면서 5.1% 상승했다. 석유류는 국제유가 안정세 영향으로 휘발유(-7.6%), 자동차용LPG(-5.6%) 등을 중심으로 내렸다.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이다.

전기·가스·수도의 경우 전기료(29.5%), 도시가스(36.2%), 지역난방비(34.0%)가 오르면서 28.4% 상승했다. 통계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했다. 직전 최대였던 1월(28.3%)보다도 0.1%포인트 더 올랐다.

서비스의 경우 집세(1.1%)와 공공서비스(0.9%), 개인서비스(5.7%)가 모두 올라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집세는 전세(1.6%), 월세(0.6%)가 모두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유치원납입금(-19.1%), 사립대학교납입금(-0.8%) 등이 내렸으나 외래진료비(1.8%), 택시비(7.2%) 등이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5%)과 외식외(4.4%)가 전부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보험서비스료(12.2%), 공동주택관리비(5.3%), 구내식당식사비(6.4%), 생선회(7.8%) 등은 오르고 병원검사료(-18.4%), 승용차임차료(-4.0%), 이러닝이용료(-11.7%), 자동차보험료(-1.3%) 등은 내렸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12.19로 1년 전에 비해 5.5% 상승했다. 수요압력 완화 영향으로 개인서비스 등의 가격 안정 흐름이 이어지면서 오름폭이 전달(6.1%)에 비해 축소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4.9%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9.23으로 4.8% 상승했다. OECD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7.69로 4.0% 올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4월(4.8%) 이후 10개월 만에 4%대에 진입하는 등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부문별로 불안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물가수준이 높아 민생부담이 큰 만큼 정부는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기조 아래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민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절감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물가 상승률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소비자물가 흐름과 관련해 "3월에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지겠고 그 이후에도 수요 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 초반 수준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간 상승률을 3.5%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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