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3.15 11:41

"보유 SM 지분 운용안 결정된 바 없어…이제 글로벌 엔터기업 나와야""

15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15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대해 승패 상관없이 카카오와의 플랫폼 협력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룬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다만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SM 지분을 어떻게 운용할 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방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가 지금의 자랑스러운 성취에 만족하기보다 오히려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며 "글로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지만 걸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직 없는 현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산업적 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K-팝은 분명 신드롬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방 의장은 하이브의 창업자이자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후 2013년 BTS를 데뷔시켰다. 그후 빅히트 뮤직,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어도어,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네이코 등 산하 레이블을 통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확대해 왔다.

방 의장은 K-팝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BTS처럼 글로벌 슈퍼스타의 반복적인 탄생을 뒷받침해줄 인프라가 산업 전반에 보다 탄탄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번째로 주류 시장에서 K-팝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크리에이티브가 핵심 경쟁력인 산업이기에 다양한 크리에이티브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크리에이티브의 영혼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수준의 건강한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플랫폼이 품는 음악, 아티스트, 콘텐츠의 경계를 넓혀서 전 세계 더많은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K-팝이 지속가능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IP 자체를 넘어 기업 단위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팝 음반 및 음원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서는 현지에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영향력이 큰 파트너사들이 필요하다"며 "소위 메이저 3사라고 불리는 회사들이 유통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K-팝이 현재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미국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유통사들과의 유통 요율 협상에 있어서 K-팝은 현지의 레이블보다 협상력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유통사들을 상대로 협상력을 키우려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확보된 협상력을 바탕으로 더 나은 조건의 유통 요율을 받음으로써 회사와 아티스트의 성장에 도움이 될 재무적 성과를 내야 함은 물론 규모를 지렛대 삼아 더 좋은 프로모션 기회를 확보해 우리가 선보이고자 하는 음악, 아티스트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지난 2021년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했고, 유니버셜뮤직그룹(UMG) 산하에 있는 게펜 레코드와 합작회사도 설립한 바 있다. 방 의장은 이처럼 미국에 진입하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강력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강하고 효과적인 경영방식에 기인해 지속적으로 세계를 흔들 슈퍼스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K-팝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잠재적인 팬덤을 찾고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현재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위버스는 지난 2019년 론칭한 후 이달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0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방 의장은 위버스가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미국, 일본 등 다양한 해외 아티스트의 입점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 의장은 "하이브는 지금까지의 K-팝 그 이상을 바라보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두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해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레이블 체제를 확대할 것이고 K-팝에서 시작한 회사만이 가능한 콘텐츠와 플랫폼 경쟁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SM 인수전에 대해 "하이브는 이번에 갑자기 SM 인수에 나선 것이 아니라 지난 2019년부터 SM 인수를 두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바 있다"며 "지난해 중순에 좋은 기회가 왔고 인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SM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하면서 전쟁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인수 절차 중단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인수하는 입장에서 내부에서는 인수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비용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며 "하이브가 당초 생각했던 로드맵에 있었던 대로 글로벌로 나아가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는 하이브의 SM 인수 절차 중단에 대해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냐"고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방 의장은 이번 인수전에서 상처받은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는 "인수 자체를 전쟁으로 바라본 적 없다. 매니지먼트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팠다"며 "우리는 아티스트와 팬들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데 이렇게 아티스트들이 괴롭고 팬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고 슬펐다.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SM 인수전에서 발을 뺐지만 SM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한 점과 카카오와의 플랫폼 협업을 이끌어낸 것은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플랫폼 협업 방안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이브가 보유한 SM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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