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3.15 17:09
삼성전자가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15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4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수원) 전다윗 기자] 15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54기 정기 주주총회는 여느 때와 달리 한산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는 600여 명으로 지난해(1600여 명)의 3분의 1 수준을 겨우 넘겼다. 예년보다 적은 참석자로 질의응답이 줄어 주총 시간도 2시간이 채 안 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지난해와 지지난해 정기 주총도 3시간 넘게 진행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정기 주총은 주주들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 주요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눈에 띄는 이슈가 아닌 탓에 별다른 잡음은 흘러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 제54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현장. (사진=전다윗 기자)
삼성전자 제54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현장. (사진=전다윗 기자)

참석자는 줄었지만,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날선 질의는 올해도 여전했다. 삼성전자의 향후 경영 방향과 위기 대처 방안, 신사업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달 국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애플페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노태문 사장은 "주총 자리에서 경쟁사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온·오프라인 포함해 폭넓은 커버리지를 갖췄다. 이 같은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결제처 확대 등 삼성페이의 편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절대 안 하겠다'던 OLED를 왜 다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한 부회장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시작했다"며 다소 핵심을 비껴가는 대답을 내놨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시장에 본격 출시한 이후 회사가 목표한 성과를 거뒀다"며 "라인업이 늘어나고 도입 지역도 확대됨에 따라 올해도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로봇 사업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 부회장은 "사용자 요구에 맞춰 동작하는 지능형 로봇을 지향한다"며 "올해 CES에서 언급한 걷기 운동용 로봇 등 다양한 라인업의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해당 법은 미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진행할 때 인센티브(390억달러)를 포함해 약 527억달러(약 69조원)의 재정을 지원하고, 세액공제 25%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보조금을 받으려면 주요 반도체 생산 제품과 생산량, 주요 고객, 생산 장비와 원료명을 기재해야 한다. 미국이 원할 경우 반도체 생산·연구시설까지 공개해야 해 기업들의 고민이 큰 상황이다.

이정배 사장은 이에 대해 "2월 말 미국 반도체 지원법 가이드라인 세부 시행령이 발표됐다. 현재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고려해 달라는 주주도 등장했다. 앞서 이번 정기 주총의 안건들이 확정되기 전,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의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부회장은 "이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 건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며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려우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다만 한종희 부회장, 이정배 사장, 노태문 사장 등 경영진들의 답변은 원론적이거나, 핵심을 비껴가는 답변이 많아 일부 주주들은 불만족스러워했다.

내부회계 관리 제도 관련 질문에 대한 한 부회장의 답변이 불충분하다고 여긴 한 주주는 "경제 공부차 아이들과 함께 왔는데 답변이 너무 두루뭉술하고 동문서답이다.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주주총회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실망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다. 이 회사의 연례 주총은 워런 버핏과 함께 사업을 이끄는 찰리 멍거가 주주들의 다양한 질문에 쉴 새 없이 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적을 받은 한 부회장은 "만족할 만한 답변이 안 됐으면 죄송하다. 바로 답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관련 질문이 가장 많았던 주주 환원책에 대한 경영진들의 답변도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이날 경영진들은 주주 환원 대책에 대한 수차례의 질문에 "회사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잉여현금흐름의 50% 내에서 배당을 지급하고,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환원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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