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3.19 14:00

손병환 농협금융 전 회장도 국민은행 이사회 합류
금융·경영전문성 사전 검증돼 사외이사 영입 수월

4대 금융지주 CI. (사진제공=각 사)
4대 금융지주 CI.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금융권이 경쟁사 최고경영자(CEO) 영입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불문율로 여겨졌지만, 사외이사의 경우 새로운 인물을 찾기 어렵고 이미 업계에서 금융 및 경영 전문성은 검증이 끝났다는 인식이 배경이다. 이에 따라, CEO 출신 인사가 경쟁사 사외이사로 컴백하는 현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병환 전 농협금융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통상 은행권 CEO들은 임기 이후 금융연구원 또는 은행연합회 고문으로 1년 정도 머물렀다가 사외이사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손 회장의 경우 퇴임 뒤 금융연구원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KB금융지주에 먼저 합류한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의 경우, 퇴직 후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거쳐 사외이사 합류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를 감안하면 손병환 회장의 사외이사 합류 시점은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다.

일각에선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경쟁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제외하면 사외이사 구성 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은 법률, 회계, 디지털, ESG, 소비자보호 등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먼저 검증한다. 그러나 매년 사외이사 임기에 맞춰 전문가를 찾기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이에 반해 CEO 경력은 현직에서 금융, 경영 전문성을 검증받은 만큼 사외이사 직무에 최적이라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은행 외에도 금융권 전반적으로 CEO 출신 사외이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은행권 현 사외이사 중에선 권선주 KB금융지주 사외이사(전 IBK기업은행장), 신충식 기업은행 사외이사(전 농협금융 회장) 등이 전직 CEO 경험을 갖추고 있다. 권 전 은행장은 올해 사외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최 전 사장은 2018년까지 사외이사로 재임하면서 이사회 의장까지 올랐다. 또 유석렬 전 삼성생명 사장은 2015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유 전 사장은 삼성증권·삼성생명·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CEO를 지냈다.

토스뱅크는 2021년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전 행장은 2014년부터 6년간 은행장으로 재임하며 씨티은행을 이끈 바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보험사와 카드사 등 타 금융권까지 합치면 더 많다. 미래에셋생명은 2020년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을, 한화생명은 2019년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정치권이나 학계 출신 인사를 선임했다가 뒷말이 나오는 것보다 차라리 CEO 출신을 선임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라며 "특히 올해는 위기 대응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전직 CEO의 현장 경험이 이사회에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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