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3.27 16:15

"서울시, 2019년 12월 문래동 부지 건립 발표…영등포구,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입지 재검토' 구두 요청"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최근 서울 영등포구 일부 지역에 '제2세종문화회관 입지 재검토를 요청해서 여의도로 이전하게 만든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물러나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 플래카드는 민주당 영등포갑지역위원장인 김영주 의원의 명의로 게시됐다.  

국민의힘 소속의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영등포구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최 구청장이 애초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건립될 예정이었던 제2세종문화회관을 서울 여의도로 이전, 건립되도록 요청했다는 것은 취재 결과 사실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김영주 의원은 이른바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여의도공원 안에서 바라본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여의도공원 안에서 바라본 제2세종문화회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김영주 의원, 2012년 최초로 '문화복합시설 건립' 추진

김영주 의원 측이 27일 기자에게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부지에 문화복합시설 건립해야겠다'며 서울시 측에 최초로 제안한 인물은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 2012년 7월에 이런 제안을 서울시 측에 했고 서울시는 2013년 5월에 문래동에 '문화복합시설 건립 기본구상 용역'을 실시했다.  

이후 서울시는 2019년 12월에 문래동 부지에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시와 영등포구 사이에는 '문래동 부지'의 토지 무상사용 협약을 위한 실무자 회의를 두 차례 했고, 서울시는 영등포구에 지난해 8월에는 '토지무상사용 협약 3차 협의 요청'을 이메일로 발송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 갑자기 이 같은 일련의 기류가 180도 바뀌면서 영등포구 측이 서울시 측에 '제2세종문화회관 입지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김영주 의원이 지난해 12월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갖고 '차질없는 사업 진행'을 건의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올해 3월 여의도공원 재구조화 및 제2세종문화회관 이전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여의도공원 재구조화 기본계획 방향 (배치도). (사진제공=서울시)
여의도공원 재구조화 기본계획 방향 (배치도). (사진제공=서울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구두상으로만 서울시에 입지 재검토 요청"

김영주 의원 측에선 "서울시 측에서 영등포구 측에 '토지 무상사용 협약서 최초 공문을 실행했고 영등포구는 무상사용 협약서를 수신했음에도 이에 회신하지 않았다"며 "해당 협약서에 회신하지 않으면서 이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서울시가 영등포구로 발송한 '협약서 공문 실행 및 실무자 회의'에 대해 영등포구는 재차 협약서에 회신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행정절차는 아니지만, 향후 토지사용료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의례적으로 진행해야만 했던 협약식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등포구에서 서울시 측으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서울시 정무라인에 입지 재검토를 요청했는데 영등포구청장은 공문, 검토보고서, 용역보고서 등과 같은 어떠한 문건도 없이 구두상으로 서울시 정무라인에 입지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2000억원 규모의 대형사업의 대안부지를 적절한 문건도 없이 구두상으로 요청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실시한 서울시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여의도공원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여의도공원 전경.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 "문래동, 대규모 공연장 입지로 미흡, 부지 크기 협소"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21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여의도공원은 중심 지역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과 단절돼 공원 접근성이 부족한 상태로 동·서 여의도의 단절을 유발해 여의도의 공간적 위상 저하를 초래하고 있어 도심문화공원으로의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여의도공원의 재편을 위해 공원 내부를 새로 조성하는 단기사업과 동·서 여의도 및 주변 지역을 여의도공원 중심으로 연결하는 공원 주변부에 대한 장기사업으로 구분해 상반기 사업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단기적으로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여의도공원을 수변 국제금융 도심에 맞는 세계적 수준의 도심문화공원으로 리모델링하고 서울의 수변 문화 랜드마크로서 제2세종문화회관을 도입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시설인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의도공원 재구조화 사업의 비전을 공유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영등포구 관내에 일부지역에 게첩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물러나라'는 플래카드. (사진=원성훈 기자)
영등포구 관내에 일부지역에 게첩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물러나라'는 플래카드. (사진=원성훈 기자)

해당 부지를 여의도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선 "제2세종문화회관은 당초 문래동 구유지에 건립 예정이었으나, 문래동 구유지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주거지로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대규모 공연장의 입지로는 미흡하고, 부지의 크기가 협소해 계획적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협의해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고, 문래동 구유지에는 지역 주민과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구립 복합 문화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서울시는 문래동 구유지의 대지가 협소했다는 문제점을 반영해 약 23만㎡ 규모의 여의도 공원을 배후로 당초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대비 약 1.8배 규모(연면적 기준)의 제2세종문화회관의 위상에 걸맞는 건축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제2세종문화회관에는 대공연장(2000석), 소공연장(400석), 향후 여의도에 건설될 서울항 이용객 및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F&B시설), 문화교육시설 등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설명에 따르면, 문래동 부지를 여의도로 변경한 것은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협의한 것이고 문래동 부지가 협소해서 문래동 부지의 약 1.8배 크기로 대규모 건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핵심이다. 

영등포구 관내에 일부지역에 게첩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물러나라'는 플래카드. (사진=원성훈 기자)
영등포구 관내에 일부지역에 게첩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물러나라'는 플래카드. (사진=원성훈 기자)

◆김민석 "여의도공원, 시민산책권 심각하게 훼손하면 안 돼"

이런 가운데,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저는 한번도 제2세종문화회관의 여의도 유치를 반대한 적이 없다"며 "단, 영등포 어디에 유치하든 또는 변경·이전하든 반드시 투명한 절차와 토론을 거쳐 주민과 시민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에 정했던 위치에서 이전할 경우 공약변경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과할 것을 수 차례 공식석상에서 제기했고, 오세훈 시장을 최근 만나서는 그 명칭이 세종2회관이건 무엇이건 여의도공원의 시민산책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면 안된다고 분명히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2세종문화회관은 본래 문래동에 지어질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이던 2019년, 문래동 옛 방림방적 부지 1만2947㎡(약 4000평)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은 영등포구에 기부채납된 구 소유지였기 때문에 영등포구는 서울시가 무상으로 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서울시는 건립과 운영을 맡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다.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계획은 2020년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1년 정부로부터 사업의 경제성을 검증받는 중앙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후 서울시 공유재산관리계획 의결을 거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완료했다. 문래동 부지에는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을 알리는 안내문구와 함께 펜스까지 설치됐다. 네이버 지도에도 '제2세종문화회관(2025년 12월 예정)'으로 문래동 부지가 장소 등록됐다.

혁신적인 건축미와 다양한 공연장으로 재탄생한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의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혁신적인 건축미와 다양한 공연장으로 재탄생한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의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최호권 "법적으로 반영구적인 토지 무상사용 동의 불가능"

하지만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국민의힘 소속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서울시에 제2세종문화회관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렸다. 최 구청장은 취임 이후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적으로 반영구적인 토지 무상사용 동의가 불가능하고 ▲입지가 좁으며 ▲구유지(구 소유의 토지)는 구민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영등포구 내 다른 곳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지어야 한다고 건의해 왔다. 대신 문래동 구유지에는 구민을 위한 복합문화시설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6·1 지방선거에서 '서남권 제2세종문화회관 신속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쟁점은 구 소유의 문래동 부지를 서울시가 무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공유재산법상 토지 무상사용은 최대 5년만 가능하며, 5년이 지날 때마다 유·무상 여부에 대해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최 구청장은 이에 따라 반영구적인 토지 무상 사용 승인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시와 영등포구 간 토지 무상 이용에 관한 MOU(업무협약)는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2월 실무자 선에서 최종적으로 조율한 협약서를 보면 '해지 사유가 없는 한 무상으로 사용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과 '본 협약이 영등포구의 귀책사유로 해지되는 경우 영등포구는 서울시에게 영구시설물 건립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장과 영등포구청장의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은 "토지 무상 사용은 2019년에 이 사업을 시작할 때 하나의 전제조건이었다"며 "토지 사용에 대한 보장 없이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 진행됐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MOU는 착공하기 전 아무 때나 해도 된다"며 "MOU를 체결했어도 현 구청장은 다른 이유를 들어 제2세종문화회관 문래동 건립을 철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을 오랫동안 추진했던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2세종문화회관 문래동 건립 계획을 무산시킨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현직 영등포구청장을 강력 규탄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같은 영등포구라도 여의도와 문래는 다르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상대적으로 문화시설이 부족한 문래에 짓게 된 건데 여의도로 이전하면 서남권 문화 향유권을 높인다는 본래 취지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