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3.29 10:09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 입원 시 부모 부담 없어…출산·양육친화적 환경 조성
윤 대통령 "아이 낳고 키우는 즐거움·자아실현 동시 만족되도록 국가가 책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및 고령화사회 관련 대책의 청사진을 내놨다. 정부는 단기간에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결혼, 출산, 양육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 주재로 2023년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년간 종합계획을 하면서 2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목표 아래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저출산과 관련해 ▲선택과 집중 ▲사각지대·격차 해소 ▲구조개혁과 인식제고 ▲정책 추진기반 강화 등 4대 추진 전략 ▲돌봄과 교육 ▲일·육아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저출산고령위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저출산고령위 위원들은 “저출산 문제는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가치관 변화, 경쟁적 사회 환경 등 인식과 사회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사회 구조와 인식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다. 먼저 김 부위원장은 저출산 대응 정책 범위를 재정립하고, 예산을 투입할 때 정책평가 방식을 도입해 문제를 수정·보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현재 적용 중인 ‘4차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2021~2025년)’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위는 저출산 5대 핵심분야로 ▲촘촘하고 질 높은 돌봄과 교육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의 시간 ▲가족친화적 주거서비스 ▲양육비용 부담 경감 ▲건강한 아이 행복한 부모 등을 꼽았다.

‘돌봄과 교육’ 과제로는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과 초등 돌봄인 늘봄학교를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 중 일부다. 정부는 이미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아동 돌봄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아동기본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하는 부모에게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경력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현재 초등학교 2학년까지 가능한 것을 6학년까지 상향하고, 기간도 부모 1인당 24개월에서 최대 36개월로 확대한다. 육아기 재택근무와 시차 출퇴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업자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기업에는 근로감독을 확대하고 전담 신고센터를 신설하는 등 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위해 올해 3분기(7~9월) 중 부모 공동육아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마련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택배 근로자나 프리랜서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예술인까지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가족 친화적 주거 서비스’ 분야 과제 중 하나로 신혼부부에게 올해부터 2027년까지 공공분양(뉴:홈) 15만5000호, 공공임대 10만호, 민간분양은 17만5000호 등 총 43만호를 공급한다. 공공분양은 시세 대비 저렴하게 공급하고, 주택구입자금대출도 연 1.9~3% 등 낮은 고정금리로 지원해 내 집 마련 부담을 완화한다. 신혼부부가 주택구입자금대출을 받기 위한 부부 소득 요건도 종전 7000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높인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는 종전 6000만원 이하에서 7500만원 이하로 상향한다.

아이가 있는 가구가 공공주택에 입주할 때에는 공공분양(3자녀), 공공임대(2자녀)로 이원화돼 있는 기준을 2자녀로 일원화한다. 입주하기 위한 소득·자산 요건은 자녀가 많을수록 완화한다. 또 자녀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넓은 면적에 살 수 있도록 했다. 3인 가구는 40~60㎡, 4인 이상 가구는 60㎡ 이상 주택을 제공하는 식이다. 또 혼인과 관계 없이 자녀를 출산하는 모든 가구에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양육비용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만 0~1세 자녀를 둔 부모에게 ‘부모급여’를 지급한다. 이는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올해에는 만 0세는 월 70만원, 만 1세는 월 35만원 지급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각각 월 100만원, 월 50만원으로 늘어난다. 환급형 세액공제 형태로 운영 중인 자녀장려금(CTC) 확대도 검토한다. 기업이 양육 관련 지원금을 주는 경우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이를 갖기 원하지만 난임인 부부에게는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난임시술비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난임휴가도 연 3일(유급 1일)에서 연 6일(유급 2일)로 늘린다. 냉동한 난자를 향후 임신에 사용할 경우 비용 지원을 검토한다.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이 입원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 부담금을 현행 5%에서 0%로 낮춘다.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생후 2년까지 미숙아와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를 지원한다.

저출산고령위는 추가 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위 상임위원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위원회와 당정이 앞으로 어떻게 대책을 마련해 갈지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회의가 1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수요가 높은 과제부터 2차, 3차 순차적으로 대책을 강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으로 떨어졌고, 신생아 수는 25만명선도 깨졌다. 저출산고령위는 이날 보고 자료에서 "늦은 결혼(만혼)과 비혼이 저출산의 주요 요인이었으나, 최근에는 기혼 가구의 평균 자녀수도 감소가 심화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혼인 건수가 크게 감소해 향후 2~3년간 초저출산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산고령위는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출산율을 어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발표는 하지 않았다. 홍 상임위원은 "정부가 출산율을 단기간에 높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정부가 주력해야 할 목표는 결혼, 출산, 양육 친화적인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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