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25 17:45

강대훈 "사교육 시간·비용 한도 규제 마련…0~17세 전체 '아동수당' 주고 금액 늘려야"

한국 저출산 대응 예산과 GDP 대비 저출산 대응 예산 비율 추이 (표제공=국회예산정책처)
한국 저출산 대응 예산과 GDP 대비 저출산 대응 예산 비율 추이 (표제공=국회예산정책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 "결혼 격차에 출산 격차가 중첩되면서 초저출산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선택은 개인의 성취 지위와 귀속 지위에 따른 계층화된 선택이다. 임금수준이 높을수록 기혼자 비율이 높아졌다. 국민건강 보험료 분위별 분만 건수는 모든 분위에서 감소 추이를 보였지만 비중에 있어 저소득층은 축소되는 반면 고소득층에서는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강대훈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   

#2. “2023년 온종일 돌봄 수요조사 결과 49.5%가 돌봄 이용을 희망했지만 초등 인구 270만명 중 돌봄교실 이용자는 전체의 16%인 44만명에 불과하다.”(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

#3. “돌봄 교실이 있기는 하지만 당첨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어 결국 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에서 눈치를 주지 않도록 정부가 혜택을 줘서 일과 육아가 병행될 수 있는 사회가 보장되었으면 좋겠다.”(경기도 거주 30대 청년)

2005년 5월 인구위기를 막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해왔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해결을 위해 투입된 예산이 총 280조원에 달했지만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떨어졌다. 한마디로 저출산 대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만 0세~1세 아동 부모에게 지급되는 부모급여가 내년부터 늘어난다. (그래픽=저출산고령화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만 0세~1세 아동 부모에게 지급되는 부모급여가 내년부터 늘어난다. (그래픽=저출산고령화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저출산은 국가 소멸까지 야기할 사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토론회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주거지원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는 의견이 대두되는 가운데 8세 미만 자녀에게 월 10만원을 주는 아동수당 인상과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지난 22일과 23일 열린 '2023년 청출어람단 저출산 정책제안 청년토론회에서 분임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지난 22일과 23일 열린 '2023년 청출어람단 저출산 정책제안 청년토론회에서 분임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응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지난 22~23일 KBS 스튜디오 별관에서 개최한 '2023년 청출어람단 저출산 정책제안 청년토론회'에 참석한 청년 219명은 '저출산 대응을 위한 10개의 정책 중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할 분야' 조사에서 주거지원을 1순위 과제로 손꼽았다.

분임토의를 하기 전만 해도 주거지원 응답률은 24.2%를 기록했지만 분임토의 이후에는 32.0%로 7.87%포인트 상승했다. 2순위 과제로 지목된 일·육아 병행제도 내실화가 사전 조사 19.6%에서 사후 조사 14.2%로 5.4%p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 서울에 사는 30대 청년은 "주거 공간 마련의 기회가 있어야 청년이 자산 형성과 결혼·출산·육아를 계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수혜기간을 연장하며 결혼 적령기 청년들의 평균소득, 맞벌이 부부 평균소득 등을 고려해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대출 소득 기준을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프제공=국회예산정책처)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 추이 (그래프제공=국회예산정책처)

돌봄제공과 관련된 건의도 쏟아졌다.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하교 이후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가 급격히 감소한다며 초등 돌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영유아, 초등, 맞벌이, 한부모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돌봄서비스가 제공되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자녀 양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육아기 단축 근무, 예술인·프리랜서 등 비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육아휴직제도 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청년들이 내놓은 여러 정책대안들을 놓고 보건복지부가 충실히 검토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결혼과 출산 선택이 계층화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소득에 대한 불안이 혼인 시기를 늦추는 것은 물론 출산 연기 또는 포기를 낳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가 결혼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가 나온 상태다. 전문자격증 보유자,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정규직 직원 등은 평균 연령이 높아지긴 했지만 대다수가 혼인을 하고 자녀를 한명이라도 낳으려고 한다. 이에 비해 수입이 낮고 고용안전성도 떨어지는 청년들에게 있어 결혼은 점점 더 '남의 일'로 치부되는 형국이다. 정부가 저소득층 청년의 주거와 고용을 지원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용격차 해소, 주택가격 안정, 사교육비 부담 해소 등 사회구조적 대응이 저출산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5일 열린 '저출산 대응정책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 토론회에 참석, 개회사를 읽고 있다 (사진제공=국회의장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5일 열린 '저출산 대응정책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 토론회에 참석, 개회사를 읽고 있다 (사진제공=국회의장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시행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강대훈 사회문화조사실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3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저출산 대응정책‘에 참석, "모든 세대의 '삶의 질 제고' 패러다임의 과도한 포괄성으로 상이한 정책 대상과 정책 목표를 갖고 있을 개연성이 있는 세부 과제들을 원칙없이 망라했다"고 비판했다. 군무원·장교·부사관 인건비 증액이나 산학협력 선도 대학 육성사업, 그린스마트스쿨 조성사업, 디지털 실무인재 양성사업,  관광활성화 사업 등이 저출산 예산에 포함된 것부터 실소를 자아낸다. 기본계획 범주 확대 과정에서 시행과제를 236개로 양산하고 예산도 과대 계상하는 바람에 정책 체감도 저하와 사회적 합의 약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신랄한 비판이 눈에 띈다. 선택과 집중이란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로도 해석된다.  

강 실장은 정책 목표를 결혼·출산 선택 확대로 바꾸고 정책 대상을 결혼 및 출산 선택을 비자발적으로 포기하거나 단념한 청년에 중점을 두며 현금 급여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가족지원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세부과제와 관련해 ▲0~17세 전체 아동수당 지급 및 증액 ▲고용보험기금과 별도 재원을 가진 보편적 생애 초기 부모돌봄 지원 ▲주 40시간·하루 8시간 근로 초과 금지로 일·가정 양립 보장 ▲고용형태 따른 안정성과 임금의 빈익빈 부익부 개선 ▲아동의 행복추구권·경쟁교육 개혁 차원에서 사교육 시간·비용 한도 규제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에서 벗어나려면 육아휴직이나 보육지원, 아동수당, 보육 및 돌봄지원 등에 사용되는 가족예산 증액이 시급하다. '3+3 부모육아휴직제' 상한액 인상으로 올해부터 육아휴직 첫 번째달에 200만원, 두 번째 달에 250만원, 세 번째달에는 300만원으로 높아진다해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40%에 달하는 유럽국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스웨덴의 상한액은 1030만원, 노르웨이 704만원, 아이슬란드 547만원이기 때문이다. 

(그래프제공=국회입법조사처)
(그래프제공=국회입법조사처)

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이날 "2019년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가족예산 비율은 1.56%로 OECD 평균 2.29%에 미치지 못한다"며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현금 지급 기준으로 보면 GDP 대비 0.32%로 OECD 평균 1.12%의 30% 수준"이라고 밝혔다.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1.79명), 스웨덴(1.66명), 독일(1.53명)의 GDP 대비 가족예산 평균 비중이 3.37%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경제규모 대비 한국의 가족예산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다는 점이 확인된다. 

한국은 그간 아동수당을 확대해왔지만 자녀 수 구분없이 8세 미만 아동 1인당 월 10만원을 주고 있다. 수혜자의 체감도가 낮은데다 8세 이후 양육에 대한 지원이 미비한 상태다. 이에 비해 독일은 자녀 수에 관계없이 모든 18세 미만 아동에게 1인당 250유로를 지급한다. 프랑스는 20세 미만의 부양자녀가 2인 이상인 가구에 2자녀 기준 최대 132유로, 추가 자녀당 최대 169유로를 가족수당으로 준다.

김진표(앞줄 왼쪽 다섯 번째)국회의장과 김영주(여섯 번째)국회부의장, 정춘숙(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4일 저출산대응정책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의장실)
김진표(앞줄 왼쪽 다섯 번째)국회의장과 김영주(여섯 번째)국회부의장, 정춘숙(네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4일 저출산대응정책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회의장실)

가까운 미래에 초저출산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국내총생산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해 국가 재정은 위기에 빠지며 지방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각 부처별로 중복 시행되는 사업부터 통합하고 조정해야 한다. 돌봄사업이 대표적이다. 복지부는 다함께돌봄센터, 학교 돌봄터, 지역아동센터를 지원 중이다. 교육부는 초등돌봄교실,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에 따라 효과가 모호하거나 미비한 사업 재원을 저출산 대응과 관련성이 높은 사업에 이전, 투입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성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경력 단절의 피해를 더 이상 입지 않고 실직의 두려움도 갖지 않도록 불평등한 가사부담 완화도 절실하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서울 거주 15세 이상 여성의 1일 가사노동시간은 2시간26분이었던 반면 남성은 41분에 그쳤다"며 "성별에 따른 한국의 임금 격차는 2021년 기준 31.1%로 1996년 OECD 가입 이래 부동의 1위"라고 꼬집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미망에서 벗어나 유리천장 해소, 동일노동·동일임금 준수와 같은 강력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한다는 정 의원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고 최우선적으로 존중받아야한다는 사회적 합의 마련도 요구된다. 비용 대비 성과가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저출산 극복 정책을 재편하고 강력한 시행에 나설 때다. 자금과 인프라, 시간이란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만 우리나라도 서유럽국가처럼 합계출산율이 하락 추세를 멈추고 상승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