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3.31 16:16
31일 남양유업은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남양유업)
31일 남양유업은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남양유업)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남양유업의 12만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인사인 심혜섭 변호사를 상근감사로 추천했다. 소액주주들의 압도적 지지로 심 변호사가 감사위원이 되면서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 일가에 대한 견제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31일 남양유업은 서울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심 변호사를 상근감사로 선임하는 안을 의결했다. 주주들은 심 상근감사 선임 찬성에 12만여 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4만여 표에 그쳤다. 남양유업이 내세운 심호근 상근감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앞서 남양유업 측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심 변호사가 감사로 선임될 경우, 경영권 법적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경영환경 변화로 인한 어려움이 클 것이라 우려했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이사회 추천 인물이 9년 동안 감사를 맡아 왔다.

심 상근감사 선임에는 일명 ‘3% 룰’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12월 상법 개정 때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로 도입된 3% 룰은 자산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이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감사위원은 반드시 외부 인사로 선임해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 소액주주의 권리 방어를 가능케 했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51.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너 일가 지분율은 53.08%에 이른다. 차파트너스의 지분은 3.07%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차파트너스의 나머지 주주제안들은 주총에서 대주주 반대로 부결됐지만, 감사 선임은 홍 회장의 지분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31일 열린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투표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사진제공=남양유업)
31일 열린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투표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사진제공=남양유업)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은 ▲보통주 1주당 2만원, 우선주 1주당 2만50원 배당 ▲액면가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액면분할 ▲일반주주 지분의 50% 주당 82만원에 공개 매수(자기 주식 취득안) ▲지배구조 전문가 심혜섭 심혜섭법률사무소 대표의 상근감사 선임 등 총 4가지며, 상근감사 선임만 3% 룰에 의해 통과됐다. 대주주 홍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가 내세운 안건들은 모두 통과됐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갑질 논란과 2021년 불가리스 사태, 창업주 3세의 마약 투약, 한앤컴퍼니와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20년 9489억원, 2021년 9561억원, 지난해 9646억원으로 1조원대 재입성에 실패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늘어났다. 당기순손실은 781억원이다.

남양유업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경영실적의 회복을 약속했다.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이상우 남양유업 사외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컸지만, 올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임 상근감사인 심 변호사의 임기는 2026년 2월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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