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4.05 14:42

주총에서 대부분 완패…증권가 "테마 아닌 새로운 자산군으로 봐야"

JB금융지주는 30일 전북 전주 본점에서 제1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JB금융지주)
JB금융지주는 30일 전북 전주 본점에서 제1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JB금융지주)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가장 화두에 올랐던 것은 행동주의 펀드였다. 주주 이익환원 제고를 명목으로 여러 안건을 상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에 나섰지만 대부분 부결에 그쳤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활동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취약한 지배구조와 낮은 배당성향 등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측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주총장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얼라인파트너스, 밸류파트너스 등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안건이 대부분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의 공격을 동시에 받은 KT&G는 지난달 28일 열린 주총에서 이사회 측의 안건이 모두 통과되며 행동주의 펀드의 완패로 끝났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각각 주당 배당금 7867원, 1만원을 제시했지만 KT&G 이사회에서 제안한 주당 배당금 5000원 안건이 가결됐다. 이밖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건과 자기주식소각 결정 권한 추가 등 정관변경 안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FCP가 제안한 분기배당 신설 건이 가결되긴 했지만 이는 KT&G 이사회도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에서 주목은 받은 얼라인파트너스의 JB금융에 대한 주당 배당금 900원과 김기석 사외이사 선임 건 모두 부결됐다. 이사회 측이 제시한 주당 배당금 715원이 가결됐다.

이밖에도 태광산업, BYC(이상 트러스톤자산운용), KISCO홀딩스(밸류파트너스), 하이록코리아(쿼드자산운용) 주총에서도 이사회의 완승으로 끝났다.

3월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안건이 가결된 곳은 한국알콜, 남양유업 등 2곳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한국알콜 정기 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제안한 차재목 변호사의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남양유업 주총에선 차파트너스에서 내세운 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가 새로운 감사로 선임됐다. 

올해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대부분 부결됐지만, 투자자들은 1분기 내내 행동주의 펀드의 행보에 주목했다. 이에 타깃이 됐다고 알려진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도 매우 컸다.

최근 강성부 펀드인 KCGI가 지분을 매입했다고 알려진 DB하이텍은 지난달 31일 6만11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전날 7만7700원까지 오르며 3거래일 동안 약 27.17%가 상승했다.

앞서 SBS는 지난 2월 얼라인이 SBS의 주가 저평가 해소를 위해 논의 중이라는 소식에 같은달 20~21일 이틀간 주가가 14.96% 급등했다. 

높았던 관심과 달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부분의 주주제안이 부결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활동이 아직은 초입 단계이며,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경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정상의 정상화 관점에서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율과 밸류에이션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며 "행동주의 펀드 활동을 넘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ESG 투자 확산 등이 투자자들의 참여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가치 제고 노력 측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활동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사측에 대한 무리한 요구는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영·재무 안정성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역할 축소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의 구조적 성격과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인센티브 체계 등으로 인해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주주권 남용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며 "주주행동주의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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