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4.08 00:15
스페인 한 동굴에서 나온 청동기 인 머리카락. 분석결과 강력한 환각물질이 발견됐다. (사진제공=바르셀로나 자치대)
스페인 한 동굴에서 나온 청동기 인 머리카락. 분석결과 강력한 환각물질이 발견됐다. (사진제공=바르셀로나 자치대)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청동기 시대를 거치면서 인류 문명은 많은 발전을 이룬다. 인공 수로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바퀴를 발명했으며 금속제련 기술의 발달로 청동기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다.

스페인에서 발견된 3000년전 동굴 유적지에서 나온 사람의 머리카락이 과학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스페인 동부에 있는 메노르카섬에 있는 동굴 깊은 곳에서 발견된 나무관 안에 있던 머리카락이 환각물질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곳에 살았던 청동기인들이 어떤 의식을 치를 때 환각제를 사용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동굴은 1995년에 발견됐다. 기원전 800년부터 600년 동안 200명 이상이 묻혀 있었다. 관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일부는 뿔로 만들어졌다. 관에는 붉은 색으로 염색된 머리카락 덩어리가 담겨 있었다.

최근 사이언스리포트에 실린 이번 논문에서 연구진들은 "고대 유럽인들이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이전 메소아메리카에서처럼 환각물질을 사용한 증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분석한 결과 세 가지 알칼로이드 물질이 나왔다. 에페드린, 아트로핀, 스코폴라민이다. 이들 물질은 메노르카섬에 자생하는 식물에서 얻을 수 있다. 강력한 환각제인 아트로핀과 스코폴라민은 맨드레이크, 사리풀, 독말풀에 들어 있다. 합동 소나무라 불리는 마페드라 프라길리스에서는 흥분제인 에페드린을 추출할 수 있다.

게라 도스 스페인 바야돌리드대 교수는 "이들 물질이 머리카락에 분포된 상태로 봤을 땐 사망하기 훨씬 전 1년 동안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대 인간들은 약으로 쓰거나 종교적인 의식 모두에 약용 식물을 사용했다. 유라시아 전역에서 양귀비나 대마초를 피우기 위한 파이프와 잔여물이 발견되고 있다. 

고대인들이 왜 그렇게 강력한 환각물질을 썼는지는 불명확하다. 조르조 사모리니 이탈리아 식물학 박사는 "이번 발견으로 환각제가 고대 사회에서 두루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 자생하는 독말풀. 독말풀에는 강력한 환각제인 아트로핀과 스코폴라민이 들어었다. (사진제공=알라미)
스페인에 자생하는 독말풀. 독말풀에는 강력한 환각제인 아트로핀과 스코폴라민이 들어었다. (사진제공=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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