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4.13 09:41

배당금 총 1004억…르노 본사에 500억대 배당
연구비 2019년 이후 꾸준히 줄어…지난해 연구비 1079억

물류센터에서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르노코리아 'QM6'.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물류센터에서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르노코리아 'QM6'. (사진제공=르노코리아)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르노코리아자동차의 배당금이 1년 사이 9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80%로, 2021년 코스닥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 26.9%의 3배에 달한다. 반면, 르노코리아의 지속가능성장을 담보하는 연구비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3일 금융감독원의 르노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순이익의 80%에 해당하는 약 1004억원을 르노그룹(지분률 약 53%), 지리오토모빌홀딩스(약 34%), 삼성카드(약 13%)에 각각 전달했다.

배당성향 80%는 2016년 이후 최대 비율이다. 2016년 이후 줄곧 30~70% 배당금을 책정했던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지분률을 고려하면 본사인 르노그룹에는 532억원가량이 배당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르노코리아는 영업이익 1848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4조86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0% 증가했다.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수출한 XM3 물량은 9만3251대로 전체 수출 11만7020대의 84.5%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2020년 판매량이 11만대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바 있다. 2021년에는 13만대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예년 20만대 수준과 비교했을 때 한참 모자란 판매량이다.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코로나 악재가 겹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지만, 신차 출시가 없다는 점이 판매 부진의 핵심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르노코리아의 생산모델은 2016년 출시한 ‘QM6’, ‘SM6’와 2020년 출시한 ‘XM3’ 등 3종에 그친다. 프랑스 본사가 한국 사업장에 신차를 배정하지 않으면서 경쟁사보다 모델 라인업이 크게 빈약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르노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나돌았고,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5월 중국 지리자동차에 회사 지분 34.02%를 넘기고, 하이브리드 신차 모델을 2024년 합작 생산한다고 발표해 급한 불을 껐다. 올해 르노코리아는 신차 없이 QM6 부분변경 모델 ‘더 뉴 QM6’와 2인승 벤 모델 ‘QM6 퀘스트’로 실적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연간 실적 추이. (자료제공=금융감독원)
르노코리아자동차 연간 실적 추이. (자료제공=금융감독원)

문제는 르노코리아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지만, 프랑스 본사가 취하는 이득이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르노코리아의 배당금 총액은 약 1조144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르노그룹의 이같은 결정이 지속가능성장을 발목 잡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배당금의 경우 프랑스 본사가 정하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80%가 넘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르노그룹의 원칙에 부합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르노그룹의 배당금 원칙은 당기순이익 100%를 배당하는 것으로, 본사는 배당금을 받아 적절하게 재투자한다"며 "다만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배당성향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판매 상황이나 현금 흐름 등에 맞춰 결정됐다"며 "배당성향 80%라는 수치는 르노그룹이 한국을 배려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늘어난 배당성향과 반대로 르노코리아의 연구개발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9년 연구비는 약 2140억원이었지만 2020년 1581억원, 지난해는 1079억원으로 3년 만에 반토막 났다.

이항구 원장은 "법인이 연구개발비를 줄이면 지속가능성장 기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르노가 한국지엠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구비 감소와 관련해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전 세계 네 곳의 르노 연구소 중 한국 연구소는 두 번째 수준"이라며 "한국은 르노그룹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전년 대비 연구비 감소폭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르노 'XM3'. (사진제공=르노코리아자동차)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르노 'XM3'. (사진제공=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 전속 금융사인 알씨아이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르노그룹에 높은 수준의 배당을 실시해 주목된다. 지난해 배당액은 역대 최고인 550억원이며, 그해 회사의 영업이익은 343억원이다.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60.3% 더 많은 액수를 배당한 것이다.

르노코리아 노조 한 관계자는 "사측이 인건비부터 AS 서비스와 부품 공급까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용 절감이 회사 인프라 구축과 신차 개발을 위한 재투자가 아닌 프랑스 본사로 흘려보내는 용도라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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