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5.10 14:04
윤석열(가운데) 대통령과 한국과 미국 기업인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과 한국과 미국 기업인들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전경련 주최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행보가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방미 행사를 연이어 주관하며 재계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2016년 탈퇴 후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4대 그룹과의 스킨십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와 해외 순방에서 철저히 배제되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 경제계 '맏형'으로 불리던 전경련이 과거 위상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시각이 대세를 이룹니다.

◆패싱은 옛말…존재감 드러내는 전경련

전경련은 지난 1961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를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한국경제인협회'가 모태입니다. 196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뒤 명실상부한 재계 경제단체 중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의제를 설정하고 주도하던 역할은 항상 전경련의 몫이었습니다.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한 건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금 창구 노릇을 하며 깊숙이 개입한 점이 드러나며 내리막길이 시작됐습니다.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었고,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이 탈퇴하면서 회원사가 600여 개에서 450여 개로 크게 줄었습니다. 회비 수입도 2016년 408억원에서 2020년 71억원으로 급감했죠. 

전경련 입장에서 더 뼈아팠던 건, 정경유착의 온상이라는 낙인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경련은 각종 행사와 해외 순방에서 철저히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경제단체 취급도 해주지 않았던 거죠. 윤석열 정부 초기에도 이러한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비공개 만찬에 전경련은 초청받지 못했고, 연초부터 시작된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서도 전경련은 빠졌습니다.

변화는 지난 2월 허창수 회장 사퇴 후 김병준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3월에는 윤 대통령의 방일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을 꾸리고 한일 경제인이 한데 모이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주관했습니다. 4월에는 윤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을 꾸리고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등의 행사를 열었습니다. 최근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는 자리에도 김 직무대행이 참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정농단 사태로 존폐 위기에 내몰렸던 전경련의 위상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재계에서는 김 직무대행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직무대행은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선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역임한 친정권 인사입니다. '대통령 라인'에 정부가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거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전경련 행사 참가4대 그룹 복귀 암시?

전경련 입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4대 그룹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점이 더 희소식입니다. 앞서 언급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습니다. 행사를 주관하는 전경련이 별도로 참석을 요청했고, 총수들이 행사의 취지를 고려해 요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대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주최 공식 행사에 참석한 건 지난 2016년 탈퇴 이후 처음입니다. 4대 그룹 총수는 이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도 참석해 양국 경제 협력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죠. 

최근에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전경련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전경련이 주최하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인 '갓생 한끼'에 정 회장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서기로 한 건데요. 이 행사는 김 직무대행 취임 후 전경련이 마련한 국민 소통 프로그램입니다. 경제계 리더와 MZ세대의 소통 및 재능기부 등으로 선한 영향력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정 회장이 전경련 단독으로 주최하는 공식 행사에 참여한 것은 2017년 2월 현대차그룹이 전경련에서 공식 탈퇴한 이후 처음입니다. 앞서 전경련이 주관한 경제사절단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이는 대통령도 참석하는 행사인 터라 전경련을 넘어 경제계 전체의 행사인 느낌이 강했죠. 

4대 그룹의 복귀는 전경련 위상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꼽힙니다.

태생부터 대기업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순수 민간 단체이니, 정체성을 살리려면 4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연이어 중량감 있는 행사를 주도하며 4대 그룹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는 전경련. 과연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 불리던 과거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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