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5.16 11:02

"매년 5조 순이익 내도 2027년에야 정상화"…윤 대통령 "탈원전·방만지출, 한전 부실 초래"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3년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3년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오늘(16일)부터 전기요금이 ㎾h당 8원 인상됐다. 4인가구 기준(332㎾h 사용) 월 전기요금이 약 3000원 가량 오르게 된다. 지난 1월 ㎾h당 13.1원 인상된 것을 고려하면 올해만 20원이 넘게 올랐다. 지난해에는 2~4분기 중 19.3원 인상됐다.

전기요금 인상 배경은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전력 생산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에서 요금을 억누르면서 발생한 한국전력의 누적된 적자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날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자구노력만으로 한전의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가 요금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6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한전 부실화를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지적 속에 한전은 지난 12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자구노력안을 내놨다. 기존에 수립한 20조1000억원의 재정건전화 계획에 5조6000억원을 추가해 2026년까지 총 25조7000억원 규모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해 영업비용의 90%를 차지하는 구입전력비를 최대한 절감하면서 수도권 대표 자산인 여의도 소재 남서울본부 등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고, 한전은 추가로 3직급 직원의 임금 인상분의 50%를 반납키로 했다.

한국전력공사 사옥. (사진제공=한전)
한국전력공사 사옥. (사진제공=한전)

한전의 영업손실은 8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21조5940억원, 영업비용 27조7716억원을 기록해 6조177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1월 전기요금 인상 덕에 분기 최대 적자였던 지난해 4분기(-10조8000억원)이나 1년 전(-7조8000억원)에 비해서는 상황이 호전됐다.

8원 인상으로 한전의 영업적자는 2조6000억원 가량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미 한전은 지난 2021년, 2022년 2년 동안 누적된 영업적자가 38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1분기 6조2000억원이 추가 누적됐다. 당초 산업부와 한전은 올해 ㎾h당 51.6원을 인상해야 적자 해소가 가능하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아직 30원 가량의 인상이 더 필요한 셈이다.

그나마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이 지난해 12월 ㎾h당 268원을 정점으로 올해 4월 165원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석탄 및 LNG 투입단가도 작년 4분기를 정점으로 올해 1분기부터 하락 반전하는 등 원가부담이 낮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누적된 대규모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부채비율 536%)로 1분기 이자비용만 1조원 넘어선 현재의 현금흐름 상태를 고려하면 여전히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돌발 변수만 없다면 하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소폭이나마 흑자전환이 기대되지만 수익성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추가 요금인상이 필요한데 인상 시기와 폭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악화된 재무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 요금인상이 필요한데 매년 5조원 이상의 순이익이 발생해야 2027년 경영 정상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다음 인상 시점일 올해 3분기는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고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도 대외 변수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추가 인상 여부를 두고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호현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전날 추가 인상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예단하고 있지 않다"며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향이나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과 개선 정도 등을 종합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탓으로 한전 적자가 커졌다고 비판하면서 추가 인상의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전임 정권 때 망국적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탈원전해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며 5년 내내 요금인상을 틀어막은 결과 요금 폭탄 후폭풍을 후임 정부가 떠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가 인상시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는데다 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도 걸림돌이다. 국민 여론 등을 의식해 2분기 요금 인상도 시일을 끌면서 2분기의 절반이 지난 5월 15일에나 결정이 된 만큼 하반기 요금인상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다시금 골머리를 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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