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5.19 09:54

21일 한일 정상회담, 한미일 3자 회담도 추진…북핵·미사일 개발 대응 논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소개 사진. (사진=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트위터 동영상 캡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소개 사진. (사진=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트위터 동영상 캡처)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다. 올해 의장국인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의 동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 유지와 강화를 위해 G7의 결속을 보여주는 한편, 히로시마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7년 만에 열리는 G7 정상회의는 19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진행된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이 참여한다.

의장을 맡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9일 오전 10시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각국 정상들을 영접한다. 7개국 정상은 평화기념자료관을 둘러본 뒤 미야지마로 이동해 오후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이동 경로에 따라 히로시마 시내 중심부는 대규모 교통 통제가 예정돼 있으며, 미야지마 입도는 전면 제한됐다. 미야지마은 세계유산 이쓰쿠시마 신사가 있는 곳으로, G7 정상회의가 열리는 그랜드프린스호텔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G7 정상회의 21일까지 총 10개 세션으로 열린다. 세계 경제와 우크라이나 정세, 핵 군축·비확산, 식량 에너지 문제, 챗GPT 등 생산형 인공지능(AI) 활용 및 규제 등을 놓고 의견이 오갈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러시아·중국에 대한 대응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두 나라를 겨냥하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러시아에 무기 등을 공급하는 국가에 지원 정지를 요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정상회의 성명에 명기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여러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G7은 세계의 어떠한 장소에서도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호소하고, 러시아의 불법 침략 전쟁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연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NHK는 "기시다 총리로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하는 러시아와 패권주의적 행동을 강화하는 중국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 유지·강화를 위해 G7의 결속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20일에는 경제·안보 위주의 세션이 이어진다. 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경제 안보 분야의 개별성명 원안도 일본 매체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이 개별성명은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무역과 투자를 제한하고, G7이 단합해 맞서기 위해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G7은 성명에 '법의 지배를 지키는 결의와 연대를 나타내기 위해 표적이 된 나라들을 지원한다'라고 기재해 G7의 테두리를 넘은 지원도 도모할 방침이다. 광물이나 반도체, 전지 등 개발도상국들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데도 뜻을 모으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정상회의가 원폭 피해 지역인 히로시마에서 이뤄지는 데다 최근 러시아의 핵 위협이 커지는 만큼 핵 군축과 관련한 메시지가 오갈지도 주목된다.

히로시마가 지역구인 기시다 총리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구현하는 것을 인생 과제로 표명했다. 그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목표로 한다는 이상을 G7 리더들과 공유하는 귀중한 기회로 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각국 정상들은 평화기념공원 방문 시 히로시마에 사는 피폭자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라고 니혼테레비(닛테레)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군축·비확산을 유지·강화한다"며 "국제평화 및 안보에 대한 어떠한 핵의 위협에도 반대한다고 명기한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사용한 당사자인 미국 측에서 사과의 말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백악관 측에서는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발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대통령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기념관을 방문한다"고만 말했다. 

G7 정상회의에 못지않게 주목되는 것은 이 기간동안 각국 정상 간 양자, 다자간 회담이다. 일본 측은 18일에 이미 도착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바이든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순서대로 양자 회담을 열었다.

미일 양국 정상은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을 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능력을 이용해 일본에 대한 방위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윤 대통령은 20일 오후 G7 회원국과 관련 8개국, 7개 국제기관 대표들과 함께 세계적인 과제를 논의하는 '아웃리치 회의'에 참석한다. 아웃리치 회의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쿡 제도, 코모로, 브라질, 베트남 등 8개국과 유엔,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7개 기구 수장이 참석할 계획이다.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같은 날 한미일 3자 회담도 추진 중이다. 한일 양국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이나 반도체 등 중요한 제품의 공급망 강화 등에 대해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기시다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도 방문해 함께 참배할 예정이다.

이 밖에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도 21일 실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이날 오전에는 G7 정상과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온라인 회의도 진행된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 후 호주를 방문해 쿼드 정상회의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갈등을 빚고 있어 아시아·태평양 순방 일정을 일부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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