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6.11 14:33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정부가 기업들의 감사 부담을 덜어준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들의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를 오는 2029년으로 5년 늦추며, 감사인 직권지정의 사유를 크게 줄이는 지정 감사인 수감 기업 비율은 현행보다 낮아진다. 또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자유선임 6년+지정 3년)는 그대로 유지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주요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신외감법(외부감사법 개정안) 시행 이후 관련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지난해부터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신외감법은 지난 2017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조작 사건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신외감법이 회계 투명성을 높여주는 긍정적 역할보다 기업들의 감사 부담을 크게 높여준다며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앞서 한국회계학회는 외부감사법 전부개정(2017년 10월)으로 시작한 회계개혁이 2018년 11월 시행된 이후, 신외감법의 핵심인 3가지 제도(표준감사시간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주기적 지정제 등 감사인 지정제도)가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에게 회계투명성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해당 연구는 금융위로부터 발주를 받아 진행됐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신뢰성 있는 회계 정보의 작성과 공시를 위해 회계처리를 사전에 규정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처리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말한다. 주로 전산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면서 기업들은 비용 증가 수반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금융위는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들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도입 시기를 5년 늦춰 연구결과를 일부 반영하고 나섰다.

다만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5년이 아닌 2년 유예를 적용한다. 2조원 이상 상장사 대부분이 당초 계획대로 연결 내부회계 외부감사 준비를 끝낸 만큼, 유예 신청에 나설 기업들이 극히 드물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연결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기업들은 별도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의무를 면제하며, 중소 비상장회사(자산 1000억~5000억원)가 상장되면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를 3년 유예한다. 중소 상장사의 3년 유예 역시 내부회계 외부감사로 인한 비용 부담이 비상장사의 상장 의지를 저해한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5년, 3년에 걸쳐 중소 신규 상장사들의 내부회계 외부감사 의무를 면제해준다.

감사인 직권지정 사유를 줄여 감사인 지정 기업 비율도 낮춘다. 상장사 중 지정감사를 수감하는 기업 비율이 50% 안팎에 이르면서 감사인(회계업체) 간의 품질 경쟁 저해와 지정감사인의 과도한 감사 보수를 요구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인 지정제는 회계부정 위험 등 지정사유가 발생한 기업에 정부가 감사인을 붙여주는 직권 지정과 주기적으로 시기가 돌아오는 주기적 지정으로 나뉜다. 직권 지정의 사유에서 회계 부정과 관련성이 낮거나 경미한 감사 절차 위반 사유는 현행 27개에서 16개 사유를 폐지하거나 완화한다.

또한 직권 지정 기간 중 다른 직권 지정 사유가 발생하면 지정기간 3년이 새롭게 추가됐지만, 향후 재무 기준 사유로 직권지정된 상장사는 지정 기간 중 동일한 사유가 발생해도 최소 자유선임 계약 기간이 보장된다. 직권지정 사유 중 재무기준 미달은 사유 간 연관성이 크고 해소가 쉽지 않아 직권지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존 6+3(자유선임 6년+지정 3년)을 유지한다. 기업들은 주기적 지정제 도입에 따른 감사 보수 상승을 우려했지만, 한국회계학회 연구에서는 현 제도가 충분히 시행되지 않아 대안 도출을 위한 실증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었다.

금융위 측은 “주요 회계제도 보완방안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하위 규정개정에서 추진 가능한 사항은 연내 마무리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도 조속히 입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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