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6.23 06:05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짜투리 돈이 생길 때마다 엔화를 사모으고 있다고 한다. 기록적인 엔저 현상에 엔테크 매력이 높아지면서다. A씨는 추후 엔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볼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원·엔 환율이 2015년 이후 8년 만에 100엔당 800원대를 기록하면서 엔화 '환테크(환율+재테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8493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6978억엔) 대비 3주 만에 21.7%(1515억엔) 급증한 수준이다. 지난 4월 말보다는 2700억엔 넘게 늘었다.

지난 4월 1000원대였던 엔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중앙은행(BOJ)는 지난 16일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BOJ는 2016년 이후 7년째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상 정책금리가 다른 국가들보다 낮으면 투자매력도가 하락해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곤 한다. 그만큼 시장에 풀린 엔화가 많아지고 반대로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 엔화 가치는 하락하는 것이다.

반면 원화는 최근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로 몰리면서다.

이에 지난 19일에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897.49원까지 하락하며 90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900원 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약 8년 만이다.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눈에 띄게 늘어날 만큼 환테크에 도전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환테크(환율+재테크)는 외환거래를 활용한 재테크 수단이다. 환율의 변동을 이용해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외화를 싸게 사뒀다가 비쌀 때 팔아서 환차익을 남긴다는 것이다.

환테크의 장점은 세금에 있다. 예금이 만기되거나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또는 주식을 통해 배당소득이 발생한 경우 세금이 발생하지만 환차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또 외화 예금 통장을 활용하면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통화 환전을 통한 재테크인 만큼 현찰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찰 거래시 높은 환율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극대화해야하는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대개 시중은행들은 1.75% 안팎의 환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투자자는 살때 1.75% 비싸게 사서 팔때 1.75% 싸게 내놓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보다 수수료가 낮고 환율우대도 받을 수 있는 시중은행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주거래 은행 VIP가 아닌 이상 환율우대를 받기는 어렵지만 모바일 뱅킹앱에서는 최대 90%의 환율우대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앱을 통해 '외화머니박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엔화의 경우 80%의 환율우대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연간 비대면 환전가능 금액은 총 30만달러(USD)이며 보관 한도는 1만달러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뱅킹앱 신한SOL(쏠)에서 '환전 모바일금고'를 서비스한다. 총 18종의 통화 환전이 가능하며 신한은행 계좌를 보유한 경우 엔화는 90% 우대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계좌 이용시 1일 50~2000달러(USD) 이내로 환전 신청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 앱에서 '환전주머니'를 제공한다. 영업시간 내 환전주머니를 이용하면 90% 우대를 적용받을 수 있으며 영업시간 외에는 80% 우대 받을 수 있다. 신청 한도는 1일 미 달러 환산 5000달러 규모이내며 보관한도는 1만달러다.

하나은행은 앱 하나원큐에서 '환전지갑'을 통해 80% 우대를 제공한다. 환전가능한도는 1만달러(USD)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테크는 약정된 금리가 있는 것이 아닌 변동하는 환율에 기반한 만큼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며 "단기간에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지만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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