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7.03 18:20

IARC, 아스파탐 발암물질 분류…설탕값 급등 우려 증폭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제로’ 제품.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제로’ 제품.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하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아스파탐은 최근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제로슈거(무설탕)’ 음료를 비롯해 막걸리, 제과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아스파탐 불안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빨간불’ 들어온 식품업계…“사태 추이 지켜보고 원료 대체 검토”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인 국제암연구소(IARC)가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B2)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국내 막걸리 생산업체들과 제과업체들은 아스파탐을 설탕이나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다. 칼로리가 현저히 낮고 저렴한 가격에 설탕 대체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파탐 등 22종의 인공감미료의 사용을 승인했다.

이번 IARC의 결정은 국내를 떠나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외신은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제로슈거 제품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아스파탐의 안전 우려가 극히 적더라도 발암물질 언급 자체만으로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IARC가 구분한 인체 발암성을 가진 1군 물질은 담배와 석면, 다이옥신, 벤조피렌, 가공육, 미세먼지, 자동차 매연(디젤) 등이다. 발암 가능성(동물은 확인되나 인체는 미확인)이 있는 2A군은 붉은 고기, 튀김, 납 화합물, 우레탄, 교대근무 등이며, 아스파탐이 포함될 예정인 2B군(발암이 추정되나 구체적이지 않음)은 야채절임(김치 등), 전자장, 나프탈렌, 블랙카본(검댕) 등 200개 이상이다.

국내 식품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내 막걸리 시장의 40%대 점유율을 확보한 1위 업체 서울탁주는 상황에 따라 ‘서울장수막걸리’에 첨가한 아스파탐의 전면 교체를 검토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고래밥 ▲포카칩 ▲썬칩 ▲감자톡 ▲도도한나쵸 ▲오감자 ▲대왕 오감자 ▲꿀버터 오구마 등의 제품에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으나 극소량에 불과하다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탁주와 마찬가지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원료 대체를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펩시콜라 제로슈거’ 3종(라임·망고·블랙) 제품에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미국 식픔의약국(FDA)에서 허가한 식품첨가물이자 식약처가 승인한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며 인체 무해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광동제약은 ‘비타500’에 아스파탐이 사용되지 않는다며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고,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 역시 ‘새로’, ‘진로이즈백’ 등 제로슈거 소주에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903억원 수준이던 국내 제로음료 시장은 2021년 2189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제로슈거 제품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최악의 매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신력을 가진 기관이 인체무해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을 초과하려면 제로콜라는 하루에 55캔(1캔에 250㎖·아스파탐 약 43㎎) 이상을, 막걸리는 33병(1병 750㎖·아스파탐 72.7㎖) 이상을 마셔야 한다.

(자료제공=코트라)
(자료제공=코트라)

◆생산량 부족한 설탕…‘슈가플레이션’ 후폭풍 우려

한편에서는 이번 사태가 설탕값 급등의 슈가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세계 최대 설탕 중개사인 차르니코(Czarnikow)에 따르면, 중국의 2022~2023년 설탕 생산량은 900만톤으로 7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량 저하는 사탕수수 지역의 이상기후가 주된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650만톤 규모의 설탕을 수입할 예정이나, 코로나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설탕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전 세계 설탕 생산량이 예년과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는 자국 소비 급증에 대응하고자 설탕 수출량에 제한을 걸고 있으며, 브라질과 태국 등의 주요 생산국들도 설탕 수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브라질은 이미 라니냐(바다 저수온 현상에 따른 기상 악화) 현상으로 원당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5월 설탕가격 평균지수는 157.6포인트로 4월보다 8.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년 전보다 무려 37.3포인트 오른 결과다. 4월 설탕가격은 1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슈가플레이션의 전조였지만, 5월에 이를 너끈히 넘어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엘니뇨 현상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설탕값이 더욱 요동칠 수 있다”면서 “이번 아스파탐 공포 심리로 식품업체들마다 설탕 사용을 늘리게 되면 슈가플레이션이 극심해지고, 이는 전반적인 물가 인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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