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7.14 12:11

WHO "다른 인공감미료 대체도 바람직하지 않아"
업계 "30배 비싼 설탕 쓰라는 말? 포비아 마케팅 의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행보가 미심쩍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식음료에 널리 사용됐던 아스파탐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온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14일(현지시간) 아스파탐 유해성 평가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발암가능물질 분류군인 2B에 아스파탐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IARC는 발암 위험도에 따라 1(확정적 발암 물질), 2A(발암 추정 물질), 2B(발암 가능 물질), 3(분류 불가) 등으로 분류한다. 1군 물질은 담배와 석면, 다이옥신, 벤조피렌, 가공육, 미세먼지, 자동차 매연(디젤) 등이다. 발암 가능성(동물은 확인되나 인체는 미확인)이 있는 2A군은 붉은 고기, 튀김, 납 화합물, 우레탄, 교대근무 등이며, 아스파탐이 포함된 2B군(발암이 추정되나 구체적이지 않음)은 야채절임(김치 등), 전자장, 나프탈렌, 블랙카본(검댕) 등 200개 이상이다.

IARC와 JECFA는 제한된 근거를 토대로 아스파탐을 2B군으로 분류했다고 밝혔지만, 자체 실험 결과는 제시하지 않고 기존의 데이터에 기반해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규정했다. 아스파탐의 일일섭취허용량은 체중 70㎏의 성인이 아스파탐 함유량이 200∼300㎎의 탄산음료를 하루에 9∼14캔 넘게 마시면 허용치를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기존 연구논문과 각국 정부 보고서, 식품 규제를 위해 수행된 기타 연구 등 다양한 출처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살폈다”면서 “아스파탐이 간암과 관련성이 있다는 취지의 논문도 있었지만, 아스파탐이 인간에게 발암 위험을 초래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유해성 규명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프란체스코 브랑카 WHO 영양·식품안전국장은 자료 발표 전 기자회견을 열고 “아스파탐의 과다 섭취로 인한 암 발생 우려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면서 관련 연구와 조사의 한계성을 인정하면서 유해성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식품기업들이 아스파탐을 대체할 다른 인공감미료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고 있다”며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여전히 맛있을 수 있도록 제품의 제형이나 성분 선택을 바꾸기를 권한다”고 설탕과 같은 원재료를 사용하길 간접적으로 권고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업계 안팎에서는 WHO가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면서 발암물질로 무리하게 규정한 점, 식음료 제조사들에 인공감미료 대신 설탕 사용을 우회적으로 권고한 것을 두고 의문을 표하고 있다. 설탕으로 단맛을 낼 경우 원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식품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 비교해도 설탕은 아스파탐보다 30배 이상 비싸다”며 “아스파탐 1g을 써서 낼 수 있는 단맛을 설탕을 써서 동일한 맛을 낸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스파탐은 설탕과 동일한 양으로 비교했을 때 200배 이상의 단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주요 설탕 생산국들은 이상기온으로 인해 설탕 생산량 확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인도는 자국 소비 급증에 대응하고자 설탕 수출량에 제한을 걸고 있으며, 브라질과 태국 등의 주요 생산국들도 설탕 수출 확대에 제한이 걸렸다. 브라질은 이미 라니냐(바다 저수온 현상에 따른 기상 악화) 현상으로 원당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한편,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의 발표와 상관없이 아스파탐의 섭취 기준을 현행과 똑같이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식약처는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의 평가 결과와 2019년에 조사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 아스파탐의 사용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내 식품업계는 기존 아스파탐 첨가 제품을 다른 인공감미료로 바꾸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식음료 첨가물에 대한 국민 정서가 다른 국가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아스파탐 사용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에 업계는 대형마트 및 편의점의 PB 제품을 시작으로 아스파탐 대신 '수크랄로스'와 같은 대체제로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스파탐을 설탕으로 대체하는 것은 원가 부담을 떠나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 발상”이라며 “WHO가 다른 인공감미료 사용을 추천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파탐 대신 다른 인공감미료를 선택시키기 위한 일종의 포비아(공포증) 마케팅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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