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7.03 17:46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이한익 기자)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의 불건전 영업 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금감원이 집중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올해 검사 계획 중 하나로 랩·신탁 관련 불건전 영업 관행 등에 대한 테마 검사를 선정·발표한 바 있다.

고객은 단기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채권형 랩·신탁에 가입했지만, 일부 증권사는 거래량이 적은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편입·운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장기 CP 등은 가격변동 위험이 높은데도, 일부 증권사는 금리 상승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고객 자산의 평가손실이 누적된 것으로 봤다. 일부 고객의 랩·신탁 자산을 다른 고객 계좌 또는 증권사 고유자산에 고가 매도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했다.

증권사는 고객의 투자목적 및 자금 수요에 맞는 편입자산 및 예상 수익률 등을 제시해야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법인 거액자금 유치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제시해 왔으며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장기(1~3년 이상)이거나 유동성이 매우 낮은 CP 등을 편입하는 상품을 설계·판매했다.

금감원 점검 결과 일부 증권사는 특별한 운용전략 없이 유동성이 낮고 만기가 긴 자산을 지속 보유(buy & hold)하다가, 계약만기 시점에는 운용 중인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교체거래)하는 방법으로 환매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매 과정에서 증권사는 랩‧신탁 계약 만기 시 편입자산을 시장 매각해 환매대금을 지급하거나, 자산매각이 곤란한 경우 고객과 협의해 만기 연장, 계약 해지를 통한 반환 등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시장 상황 변동으로 고객자산의 손실이 발생해 만기 시 목표 수익률 달성이 어렵게 되자 고객 계좌간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만기가 도래한 고객의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이전(유보)시키거나 증권사의 고유자금으로 고객자산을 고가 매입해 줌으로써 회사의 경영상 손실을 초래했다.

금감원은 "투자자라면 누구나 합리적인 투자 판단에 따라 이익과 손실을 향유해야 하며, 이 원칙은 개인 소액투자자 뿐만 아니라 법인 고액투자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라며 "일부 증권사는 법인 고액투자자를 위해 실적 배당상품인 랩·신탁을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운영했고, 법인 고액투자자 역시 시장 상황에 따른 투자 손실마저 감수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자산 등을 활용해 손실을 보전한 행위는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동성이 낮은 장기채권은 가격변동 위험이 매우 높아 시장 상황 변동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일부 증권사는 금리 급등 시기에 보유자산의 평가손실이 누적되는데도 적극적인 자산 매매‧교체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장 경색 상황에서도 만기 불일치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등 고객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해 환매 대응 이슈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일부 증권사와 대비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랩·신탁 영업에 대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금감원은 "증권사는 법규, 계약 등을 준수해 고객의 자산을 충실히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정한 내부통제 체제를 운영해야 하는데도 일부 증권사는 자본시장법령 상 규제 회피 목적의 교체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이상 거래가격 통제 등을 하지 않았다"며 "적법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승인 절차 없이 고유재산을 활용해 일부 고객에 대한 손실보전 행위를 하는 등 준법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 확인된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해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한 점검을 완료한 증권사 외에도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 선정해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고객자산 운용 관련 리스크 관리 및 준법 감시 체계가 미흡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기능을 제고해 올바른 업무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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