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7.07 08:26
오는 11일 초복을 앞두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닭고기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오는 11일 초복을 앞두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닭고기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닭고깃값이 예년보다 크게 오르는 가운데 닭가슴살 인기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통상 닭고깃값은 보통 수요가 몰리는 7~8월에 오르기 시작해 9월부터 서서히 안정되는 흐름을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닭가슴살 수요 확대에 따른 가격 상승이 전체 닭고깃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당 닭고기 평균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으로 6259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5584원보다 12.0% 올랐다. 도매가격도 비슷한 추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에 벌크 형태로 가장 많이 납품되는 10호 닭고기 가격은 4024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659원) 대비 9.9% 올랐다.

최근의 닭고깃값 인상 흐름은 사룟값과 전기요금 인상 등에 따른 양계농가의 생산비용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사룟값 인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곡물값 불안정이 촉발했다.

여기에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살처분까지 겹치는 등 양계농가마다 사육마릿수를 줄이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달 육계 도축 마릿수는 전년 대비 2.6% 줄어든 6917만~7061만 마리, 8월에는 4.2% 감소한 6829만~6973만 마리로 예상된다.

특히 닭가슴살 수요 증가가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닭가슴살은 과거 퍽퍽한 식감 탓에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닭가슴살 전문 유통플랫폼인 랭킹닭컴을 운영하는 푸드나무의 경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6% 증가한 2172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올해 1분기에도 54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1분기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랭킹닭컴 외에 허닭, 아임닭 등 여러 전문 플랫폼이 경쟁을 벌이며 닭가슴살 시장 규모를 키우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닭가슴살은 ㎏당 2000원대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5000원을 뛰어넘었다”며 “닭가슴살은 생닭과 달리 손질비용이 발생해 육계 업체들마다 취급하기를 꺼려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면서 시장 전체 수급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정부는 수입 닭고기 3만톤에 대해 할당관세를 0% 적용하며 닭고기 가격 안정화를 꾀한 바 있다. 다만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 주류 채널들이 국내산 닭 위주로 공급하고 있어 수입 닭고기 할당관세가 가격 인하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닭고기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계란 가격까지 들썩일 수 있다. 계란값 상승은 제과·제빵·카페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수 있어 정부의 가격 안정화 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30% 이상의 점유율(도계 기준)을 가진 하림에게 최근 공급량 확대를 주문했다. 육계 병아리 공급을 늘리기 위해 육용종계 입식을 종전 149만수 수준에서 연말까지 159만수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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