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7.13 17:4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KBS와 EBS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월 2500원의 TV 수신료에 대한 징수 방식이 1994년 이후 30년 만에 바뀌었다. TV수신료와 전기요금을 같이 걷던 통합징수 방식에서 따로 걷는 분리징수로 변경됐다. 

분리징수 시절이던 1993년 징수율은 52.6%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99.9%에 달했다. 전기료를 내지 않으면 단전 등 엄청난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다. 통합징수 시행으로 수신료 징수율이 대폭 오른 것이다.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될 분리징수에서 징수율이 얼마나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다소 편법적이나 KBS에 대한 국민 의견을 '징수율'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아주 낮다면 수신료 징수방법이 아닌 폐지를 논의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지난 11일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12일 공포돼 시행됐다. 한전이 KBS와 협의 등을 거쳐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해 고지하고 징수하려면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고지서 제작·발송 인프라 구축, 수납시스템 보완 등에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KBS는 비상이 걸렸다. 분리징수시 연간 수신료 규모가 600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KBS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KBS는 "법률상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분리징수를 시행하더라도 국민들이 새롭게 얻게 되는 이익은 없다"며 "분리징수 방식을 취할 때 징수 절차에 투입되는 비용이 훨씬 크다. 징수비용이 급증하면 공익사업에 투입되는 재원이 줄어들고 공영방송의 정상적 기능수행은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KBS 입장도 이해된다. 30년 전이긴 해도 분리징수 시절 징수율은 50%를 갓 넘는데 불과했다. 징수율이 낮아지는 것도 걱정인데 분리징수에 따른 비용도 문제다. KBS는 수신료 약 2000억원 이상을 징수 비용으로 낭비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 입장에서는 분리징수도 탐탁지 않다. 수신료 자체가 불만이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법은 수상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수신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KBS‧EBS를 시청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IPTV 요금을 내고 있어도 TV가 있다면 수신료를 내야 한다. 하다못해 주방에 설치된 소형 TV도 수상기에 포함된다.

방통위도 "OTT 등을 많이 이용하는 최근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고려하면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있겠으나 현행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는 분리징수 후에도 유지된다"고 설명 중이다. 

분리징수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한 만큼 막연히 정권의 길들이기라고 비난만 할 때는 아니다. 통상 정부 여당은 통합징수를, 야당이 분리징수를 주장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다.

특히 이번 논란은 KBS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앞서 2021년 초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KBS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너네가 아무리 뭐라 해도 우리 회사 정년은 보장되고 수신료는 전기요금에 포함돼 꼬박꼬박 내야 한다. 평균 연봉 1억이고 성과급 같은 거 없어서 직원 절반은 매년 1억 이상 받고 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당시 KBS에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액연봉자가 절반에 달하고 이 가운데 무보직자(2020년 기준) 1500명이나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시도했지만 불발된 이유기도 하다.

KBS의 방만한 경영은 지속적인 질타 대상이었다. 국민들은 공영방송이라는 KBS의 존재 가치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면서도 월 2500원의 수신료를 착실하게 납부했다. 

10월 이후 징수율이 급격히 낮아진다면 이는 '분리징수' 문제가 아니라 KBS에 대한 '불매'가 아닐까. 아니면 수신료에 대한 '의구심'일 수 있다. 변화하고 있는 TV 시청 환경을 고려하면 징수 방식이 아닌 수신료 그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영방송의 의무를 할 수 있는 재원은 다른 방식으로 마련해주면 되지 않겠나. TV가 있다고 일괄적으로 걷는 수신료는 이제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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