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7.29 07:00

2분기 저점으로 경기 반등 가능성 높아…증권업계 1.2~1.3% 예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하반기 첫 달인 7월도 다 지났다. 이번 주에는 상반기를 재확인하고 하반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경제지표들이 속속 나왔다.

우선 올해 우리나라 상반기(1~6월) 성장률은 0.9%로 잠정 집계됐다. 1분기 0.3%, 2분기 0.6% 각각 성장하면서 상반기 성장률은 5월 내놓은 한국은행 전망치(0.8%)보다 양호했다.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이제 관심은 정부와 한은이 전망하는 연간 성장률 1.4%를 달성할 수 있는가에 쏠려 있다. 하반기 성장률이 1.7%를 기록하면 가능하다. 산술적으로 3분기, 4분기 연속 전기 대비 0.7% 가량 성장하면 된다.

올해 우리 경제는 상반기가 낮고 하반기가 높아지는 '상저하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 내내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미 하반기에 돌입한 만큼 민간소비 개선과 수출 플러스 전환 등의 상승 흐름을 타면 남은 5개월여 동안 1.7% 성장률을 기대해볼만 하다.

다만 수출에 있어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 기상악화가 휴가철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우려돼 낙관할 수는 없다.

성장 목표를 이행하려면 수출 반등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완전한 개선흐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하면서 부진 탈출 기대감이 커졌으나 7월에는 재차 적자로 돌아설 우려가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1~20일 수출은 312억달러, 수입은 326억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이 기간 무역수지는 14억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정부도 7~8월에는 하계휴가 등 계절적 요인으로 다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중이다. 적자가 발생해도 1월(-125억2000만달러)처럼 대규모 규모 적자가 아닌 점은 다행스럽다.  

수출은 하반기 중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월간 수출은 올해 내내 감소 중이나 6월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6.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월간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5.8%) 이후 가장 양호했다.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4분기에는 플러스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실적의 반등이 기대된다. 반도체 수출은 지속 감소 중이나 수출액 자체는 4월 이후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6월에도 수출액은 89억달러로 1년 전보다 28.0% 줄었지만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6월 반도체 생산이 3.6% 증가한 것도 희소식이다. 반도체 재고도 12.6%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폴드5, 애플의 아이폰15 등 3분기 주요 IT 신제품이 줄줄이 출시되는 것도 반도체 경기 반등을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의 저점 통과는 2분기 성장 기여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분기 중 수출은 1.8%, 수입은 4.2% 각각 줄었으나 제조업 생산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순수출 성장기여도(1.3%)는 5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소비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일시적 요인 등에 의해 마이너스로 전환했으나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큰 폭으로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양호할 수 있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수출이 한국 경제 성장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고 자동차, 자동차부품 등 일부 주요 품목들의 수출 증가 흐름이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어 하반기 수출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불황형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는 없지만 대외부문이 한국 경제의 완만한 회복을 주도하면서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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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성장의 축인 민간소비는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흐름이 기대된다. 소비자물가가 6월 2%대로 진입한 가운데 7월에도 2%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2분기 민간소비가 일시적 요인으로 줄었으나 3분기 이후에는 소비심리 개선에 따라 완만한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부터 100을 넘어 두 달 연속 '낙관적'으로 돌아섰다. 소비심리는 지난해 6월(96.4) 16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진 뒤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비관적'이었다. 특히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 중 3.3%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하면서 1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도 안정 흐름이 기대된다.

한편 한은은 오는 8월 24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이날 한은이 하반기 우리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성장률 전망은 유지 또는 소폭의 하향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5일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4%로 제시했다. 4월 전망 대비 0.1%포인트 낮췄다. 한국 성장률을 5연속 하향했지만 세계경제 성장률은 2.8%에서 3.0%로 상향했다. 세계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경제도 1.4% 성장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주요 투자은행(IB)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 평균이 1.2% 수준에 그친 만큼 한은이 8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하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도 1.4%보다 낮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한국 경기가 최악은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되나 내수 모멘텀이 약한 상황에서 하반기 성장세는 대외 경기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며 "7월 수출에서 보듯이 대외 경기 부진으로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는 1.3%로 유지하되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언급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출 개선 예상되나 강도가 세지 않고 내수 부진은 심화되면서 큰 폭의 경기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연간 성장률을 1.3%로 제시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GDP 성장세는 강해졌지만 주로 수입 감소 영향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경기가 지난 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 회복, 소비심리 반등, 재고율 하락 등이 하반기 경기 회복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1.5% 내외로 반등할 것"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1.2%"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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