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8.01 15:31
1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주류 매대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1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주류 매대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정부가 주류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자 주류 가격 결정권을 소매업자들에게 넘겼다. 이에 따라 음식점과 마트 등에서 1000원 소주가 등장할 가능성이 생겼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한국주류산업협회와 한국주류수입협회 등 주류단체에 주류 할인과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소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주류 판매 가격을 구입 가격 이하로 판매 가능하도록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현행 국세청 고시는 소매업자가 주류를 구입 가격 이하로 팔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류를 싸게 판매하면 이로 인한 손실액을 공급업자로부터 보전받는 방식의 편법을 막기 위한 규제다.

국세청은 기존 고시를 뒤집고 예외사항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술 덤핑 판매, 거래처에 할인 비용 전가 등을 제외한 정상적인 소매처의 주류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거래가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된다면, 소매업자들이 얼마든지 주류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해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측은 “주류 할인을 유도해 물가 상승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업체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주류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들의 편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국세청의 이러한 유권해석이 시장에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미지수라는 판단이다. 음식점과 마트마다 주류 할인 경쟁에 나서며 주류를 ‘미끼상품’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주류 가격에 상당한 이윤을 붙이고 있어 주류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이번 조치가 음식점의 주류 가격 폭등을 막는 제어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대다수 음식점은 주류업체의 출고가가 소폭 인상되면 1병에 평균 1000원씩 인상해왔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7년 동안 주류업체의 출고가는 약 15%(150원) 수준이었지만, 음식점의 소주가격은 3000~4000원에서 5000~6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올해 기준으로 소주의 음식점 출고가는 평균 1200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는 음식점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개인 자영업자들이 공급업체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주류 가격을 인하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외식 프랜차이즈 등 일정 규모의 공급망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은 이번 유권해석을 전략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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