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8.04 09:40

중노위 ‘노동분쟁해결 가이드북' 발간…직장분쟁 예방 나서

우리나라 직장분쟁은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인한 재택근무 일상화와 근로자의 권리요구 강화 등, 시시각각 달라지는 근로환경이 직장분쟁의 복잡함을 대변한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공언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취지다. 노동개혁을 앞두고 역할이 더욱 늘어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직장분쟁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근로자와 사용자(고용주)의 ‘상호 존중’을 꼽고 있다. 뉴스웍스는 중노위가 최근 발간한 ‘노동분쟁해결 가이드북’을 통해 직장분쟁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할 실천사항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사진제공=중앙노동위원회)
(사진제공=중앙노동위원회)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올해 7월 중노위에 접수된 8720건의 심판사건(해고·징계·괴롭힘·성희롱·차별 등)은 전년(7270건)보다 19.9% 늘어났다.

이에 노동위는 직장분쟁의 발생 원인과 예방을 위한 근로자와 사용자의 노력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진행했다. 대상은 직장분쟁 해결을 직접 지원하는 노동위 공익위원(672명)과 조사관(323명)이다.

(자료제공=중앙노동위원회)
(자료제공=중앙노동위원회)

◆직원 간 상호 존중 필요…사용자는 노동법 준수해야

설문조사에서 직장분쟁 예방을 위해 근로자가 가장 노력해야 할 사항에는 ‘직원 간 상호 존중(27.9%)’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최근 들어 근로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증가하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어 ‘성실한 근로 제공(24.6%)’, ‘직장 내 규칙 준수하기(16.9%)’, ‘역지사지의 태도(13.4%)’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직장분쟁 예방을 위해 사용자가 노력해야 할 사항으로는 ‘기본적인 노동법 준수(27.6%)’, ‘적정량의 업무분장과 명확한 업무지시(16.9%)’,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보상(14.7%)’ 등이 지목됐다. 근로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만큼, 사용자도 노동법 준수에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설문 응답자 중 젊은 연령층은 ‘적정량의 업무분장과 명확한 업무지시(21.2%)’, ‘인격 모독적인 언행 않기(21.2%)’도 중요하다고 답변해 수평적 직장문화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응답자 54.3%는 사용자(45.7%)보다 근로자가 노동법을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향상과 더불어 노동법 지식도 많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직장분쟁을 예방하려면 근로자와 사용자 중 어느 쪽이 노동법을 더 많이 알아야 하는가’란 질문에 89.1%는 ‘사용자’를 선택했다. 직장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노동법 기초지식과 법 준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용자의 경우, 노동법 기초지식을 익히는 것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료제공=중앙노동위원회)
(자료제공=중앙노동위원회)

◆증가하는 직장 내 괴롭힘, 정확한 사실관계 필요

지난해 중노위가 처리한 개인 직장분쟁 중 직장 내 괴롭힘은 240건으로 전년보다 85건(54.8%) 증가했다. 접수 사례를 살펴보면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고 상세한 조사와 피해 근로자의 보호 조치, 괴롭힘 행위 근로자 징계 등을 명확히 처리하지 않아 중노위로 올라온 사례가 대부분이다. 기업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접수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한 전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건수는 접수 건수의 몇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노위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근로자들의 권리의식 향상을 배경으로 지목한다. 20~30대 MZ세대를 주축으로 자신의 권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근로자와 사용자의 오해에서 불거지는 사례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개인적 불만이 이러한 신고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진짜 피해자의 구제가 소홀해질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만약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권한 범위 내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의견 제시를 요구했다면,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 볼 수 없다. 반대로 사회 통념상 모욕감을 주는 말을 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3자가 봐도 개연성이 필요하다는 객관적 사정이 분명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전보명령은 사용자 권한이나…양측 이해와 노력 뒤따라야

직장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전보명령을 두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충돌이 이뤄지기도 한다. 과거 판결 사례를 보면 근로자가 사용자의 전보명령이 성실한 협의절차가 없었다며 인사권 남용을 주장하고 중노위에 판단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중노위는 전보명령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으나 근로자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 역시 정당한 인사명령이라며 중노위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전보명령의 정당성 기준은 노동법상 명문 규정이 없지만, 법원 판례에서는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전보명령이 정당한 인사권 범위에 속하는지는 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의 정도, 그에 따른 근로자 생활상의 불이익 정도,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 결정돼야 한다”며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쳤는지,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는 판단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도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아니했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중노위는 전보명령이 근로자와 사용자의 피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양측의 갈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경영진과 근로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인사명령을 내리는 경영진은 인사명령 대상자인 근로자의 입장을, 근로자는 인사명령을 내리는 경영진을 역지사지로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윤광희 윈윈 노사관계연구소장은 “경영진은 역지사지의 태도로 근로자 입장에서 전보가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전보 명령 이전에 해당 근로자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적 정당성만을 찾을 일이 아니라 전보명령 이후에 근로자가 잘 적응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보가 징계성을 띤 인사명령이라도 근로자에게 억울한 감정이 들게 해서는 징계의 효과마저 없고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적대감만 갖게 할 수 있다”며 “근로자도 역지사지 태도로 조직이 필요한 직무를 누군가 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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