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08.19 00:15
1만3000년전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벌어진 거대 포유류 멸종사건의 원인은 바로 인류가 놓았던 들불이었다. (사진제공=사이언스)
1만3000년전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벌어진 거대 포유류 멸종사건의 원인은 바로 인류가 놓았던 들불이었다. (사진제공=사이언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검치 호랑이로 불리는 '스밀로돈', 개과에 속하는 육식성 포유류인 '다이어 울프', 북아메리카 낙타 '카멜로프스', 현존 북미 들소보다 컸던 '고대 들소' 등 거대 포유류의 약 70%가 1만3000년 전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거의 동시에 멸종했다.

고대 인류에 의한 과도한 사냥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빙하기 말에 일어난 급격한 환경 변화때문었을까? 원인은 미스테리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고생물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은 6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된 이후 벌어진 최대의 멸종 사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 사이언스에 그 원인이 공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는 라 브레아라는 타르 웅덩이가 있다. 웅덩이에는 빙하기 기록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그곳에는 지난 5만년 동안 죽어간 수 많은 동물들의 사체가 묻혀 있다. 과학자들은 포유류 턱뼈에서부터 꽃가루와 숯 기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증거들을 수집했다. 그 결과 고대 포유류가 인류가 놓은 들불 때문에 멸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들은 호수에 퇴적된 꽃가루를 통해 약 1만6000년 전 빙하의 후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빙하가 사라지면서 이 지역이 더 건조해진 것이다. 그런데 거대 포유류가 멸종하던 약 1만3000년 전 내화성 식물로 갑자기 바뀐다. 또 라 브레아 웅덩이에는 들불로 인해 발생한 숯 입자가 엄청나게 많이 퇴적된다. 

앨리슨 카프 예일대 박사는 "인류가 북미 지역에 진출한 것은 1만6000년 전 쯤이다"며 "인간이 초식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여기저기 들불을 놓았기 때문에 대형 포유류가 멸종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과 캐나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등 전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점점 극심해지는 산불로 생태계 전체가 일시에 멸종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시한다. 카프 박사는 "라 브레아 웅덩이에서 고대 포유류 대멸종 사건을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 상황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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