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28 13:56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첫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첫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일모일발무비병이(一毛一髮無非病耳) 급금불개필망국(及今不改必亡國)'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 위원장은 다산 정약용의 '경세유표' 서문에서 따온 말이라며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앞에 직면한 현안을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면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나아가는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며 방통위 사무처직원을 향해 한 말이지만 이 문구는 '6기 방통위'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과 깊이를 가늠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국내 방송계와 포털업체에 미칠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삼국지의 '제갈량 출사표'처럼 들린다는 해석도 있다.

이 위원장이 28일 공식 취임하면서 사실상 6기 방통위가 출범했다. 6기 방통위가 역점사업으로 제시한 공영방송 개혁은 우선 KBS와 MBC를 향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첫 타깃은 KBS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 직후 첫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로 김성근 전 MBC 인프라본부장(임기 2024년 8월 12일까지)을 임명했다. 또 EBS보궐이사로 강규형 명지대 교수(임기 2024년 9월 14일까지)를 선임했다.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을 지난 21일, 정미정 전 EBS 이사를 지난 14일 해임한 후속 조치다.

이번 조치로 방문진 이사회의 여야 구도는 4대 5가 됐지만 김기중 방문진 이사의 해임 청문이 다음 달 11일로 예정돼 여야 구도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만 변수는 오는 31일 심문기일이 예정된 권 전 이사장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 결과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권 전 이사장은 업무에 복귀한다.

모두가 대대적인 인사개편의 서막으로 해석되는 조치들이다. KBS 이사회와 방문진 구도가 여권 우위로 재편되면 KBS와 MBC 사장 등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시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말 주요 지상파에 대한 재허가 심사도 예정돼 있는 만큼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공적 책임 관련 심사 평가, 경영 합리화 및 구조 개혁 평가 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각에서 현재 공영방송 개편이 '정무적 이슈'로 진행되고 있다는 눈길을 보내고 있는 만큼 공영방송 개편으로 시작된 방통위 방송개혁은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까지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민간기업이 중심이 된 포털 사이트 개혁은 제도개혁이라는 형식을 통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를 포함한 대부분 정보가 포털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 포털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명분으로 포털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법·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가짜뉴스 확산, 포털 알고리즘 편향성 등에 초점을 맞춘 명분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는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국내 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당장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한 망 이용대가 부과는 국내 통신사들의 시급한 현안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미디어·콘텐츠 산업 성장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낡은 규제 혁파와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제도 전면 개선,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 서비스 지원,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와 이용자 불편 해소 장치 마련, 디지털 격차 해소와 디지털 폭력 대응을 약속했다.

다만 방통위가 장관이 운영 전반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독임제 행정기관과 달리 5인 합의체에 의한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특수성으로 운영돼 온 현실은 ‘이동관 방통위’가 직면할 해결과제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인의 상임위원을 정원으로 하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이다. 5명 상임위원 가운데 대통령 추천2인, 국회 추천 3인으로 구성돼 있다. 국회추천은 여당 1인, 야당 2인이다. 현 6기 방통위는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세 자리가 공석이다.

최근 3개월간 5기 방통위는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 김현 위원 3인 체제로 운영됐다. 한상혁 전 위원장이 지난 5월 임기를 2개월 남기고 면직됐고, 이에 앞서 3월과 4월에 안형환 위원(여당 추천), 김창룡 위원(대통령 추천)이 각각 임기를 마쳤다. 김창룡 위원 후임으로 이상인 위원이 자리를 채우면서 3인 체제가 된 것이다.

김효재 직무대행(여당 추천)과 김현 위원(야당 추천)이 지난 23일 3년 임기가 종료되면서 5기 방통위가 막을 내렸다.

이 위원장이 28일 공식취임하면서 6기 방통위가 출범했지만 당분간 이상인 위원(대통령 추천)과 함께 대통령 추천 2인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 현행 규정상 상임위원 2명으로 전체회의 소집과 안건 의결이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안건을 의결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

6기 방통위 정원을 채우기 위해 김효재 직무대행 후임 인사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추천됐고, 김현 위원 후임으로는 MBC 기자 출신이자 20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성수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야당 추천 몫으로 최민희 전 의원이 추천됐지만 자격 시비로 법제처가 유권 해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는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김현 위원은 퇴임 직후 "21세기 대한민국이 5공화국으로 회귀한 듯했다"는 논평을 내놨고, 언론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 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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