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30 13:29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가 30일 경기 성남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KT)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가 30일 경기 성남 KT 분당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LG맨’으로 불려온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KT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30일 열린 KT 주주총회 문턱을 넘으면서 재계 서열 12위 KT가 경영 안정화의 첫발을 뗐다.

김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 말 정기 주총까지 총 2년 7개월.  KT 대표 임기는 당초 3년이지만 대표 선임 과정이 지연되면서 임기가 단축됐다. 그 가운데 올해 KT그룹 성적표는 남은 4개월안에 마무리져야 한다. 김 대표의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대표는 KT그룹과는 전혀 다른 LG그룹의 기업문화에서 40년간 봉직해왔다. 따라서 그가 하반기부터 새롭게 그려낼 KT의 승부수가 더 눈길을 끌게 됐다. KT그룹에 LG그룹 문화가 접목되는 것이다.

KT그룹의 하반기 전략의 일단은 김영섭 KT 대표가 30일 임시 주총에서 공식 선임된 후 첫 행보로 KT 분당 사옥에서 개최한 취임식에서 읽을 수 있다.

김대표는 이날 취임식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디지코) 추구도 정보통신기술(ICT)의 본질적 역량이 핵심이다", "숫자를 만들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기보다는 사업의 본질을 단단히 하라"는 등의 키워드로 통신 본업을 중심으로 내실 경영을 꾀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KT는 지난 2020년 초고속인터넷, 무선통신, 위성, 해저케이블 등 인프라 구축에 핵심 역할을 했던 과거 자사의 정체성을 ‘통신사업자’(텔코)로 규정한 뒤 '탈통신'을 통해 글로벌로 나가자고 제안했었다. 그리고 제시된 게 '디지코(DIGICO)' 로 변신이었다.

탈 통신의 미래 청사진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뉴미디어, 디지털금융 등 디지털 혁신(DX) 분야를 잡은 뒤 이를 KT에 접목하는 것을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이라 명명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3년간 관련사업에 집중하며 글로벌 탑 디지털 기업으로 액셀을 밟아왔다. 김 대표가 취임식에서 언급한 디지코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어서 디지코에 대한 속도조절론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T그룹은 2021년 24조 8980억원,  2022년 25조원6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성장의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2조9911억원에 달해 지난해 매출을 초과달성시킬 청신호는 켜져 있다.

다만 KT의 덩치는 항공모함급이고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주인없는 회사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어 새선장이 된 김사장이 어떻게 큰 변화를 이뤄낼 지는 지켜봐야 한다.

KT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장성을 증명해내야 하고, 인사·구조조정 폭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은 '통신 카르텔' 척결을 외치며 알뜰폰과 제4 이동통신사 육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올해 10월 KT 새 노조 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진행되는 점도 김 대표가 추진하는 경영 정상화 전략에 변수로 꼽힌다. KT 전체 직원 증 80%(약 1만6000명)가 가입한 KT 노조의 대표를 뽑는 자리다.

KT 안팎에서는 외부 출신인 이석채 전 회장, 황창규 전 회장 시절과 같은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기대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전 회장과 황 전 회장은 취임 후 각각 6000명, 80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구현모 전 대표의 경우 2021년 3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노조를 포함한 KT 안팎의 반발로 실행하지 못했다.

SK텔레콤, 자신이 몸담았던 LG그룹, 네이버, 카카오 등 KT의 경쟁 빅테크들이 초거대 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놓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된다.

SK텔레콤은 LLM '에이닷'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미국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LLM '클로드2'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체 개발한 LLM '엑사원'을 보유한 LG그룹은 계열 투자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앤스로픽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해 생태계를 넓혔다.

네이버는 지난 24일 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면서 기존 사업과 결합한 청사진을 제시했고, 카카오는 오는 10월 이후 초거대 AI '코(Ko)GPT 2.0'을 공개할 예정이다.

KT그룹도 연내에 그간 업데이트 과정을 밟아온 ‘믿음(MI:DEUM)’을 공개하고 AI 생태계 전쟁에 뛰어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올 하반기 KT가 내놓을 게임체인저급 또다른 AI의 등장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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