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31 14:35

해외 기업 국내 유치 위해 '한국형 GEP' 도입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 에스토니아는 외국인이 물리적 이동 없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온라인으로 거주증을 신청, 발급받을 수 있는 전자거주권(E-residency)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현재 거주증 소지자는 10만명, 관련 기업이 2.5만개에 달하면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스토니아는 창업자나 디지털노마드 등의 기업 운영으로 자국에 대한 투자와 고용이 발생하고 추가 세수를 확보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도 확장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2. 네덜란드는 외국 인재 유치를 위해 ‘스타트업 비자’ 트랙을 운영 중이다. 최초 1년은 창업비자로, 추가 2년은 자영업비자로 체류하면서 활동할 수 있다. 5년이 넘으면 영주권 취득으로 연계된다. '고급인력'으로 인정받으면 체류기간 5년 간 세금을 30% 이상 감면해준다. 현지 정착을 위해 전담 멘토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덕분에 체류 허가건수는 2020년 1.38만명에서 2022년 3.08만명으로 123% 늘어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를 통해 세계적인 창업강국들이 자국의 벤처·스타트업을 연구개발 지원, 펀드 조성, 규제 완화, 인력 유입 촉진 등에 나서는 동시에 해외 혁신 스타트업의 자국 유치를 위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역량을 갖춘 창업자에게 보육서비스를 제공할수록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1년 'American Job Plan', 영국은 2021년 ’Future Fund Breakthrough', 일본은 2022년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지원에 나선 상태다.

첨단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각종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이른바 '디지털 대항해시대'가 열린지 오래다. 특정 국가에서 만든 상품의 가성비가 탁월하다면 국경의 장벽없이 전 세계에서 쉽게 팔린다. 이종 업종 간 융·복합에 바탕을 둔 새로운 방식의 기술과 서비스도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지난 1월 CES 2023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삼성전자 전시관에 있는 스마트싱스 존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들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1월 CES 2023이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삼성전자 전시관에 있는 스마트싱스 존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들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처럼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벤처·스타트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성공적으로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이 수평적이고 유연한 특성을 지닌 데다 진출 분야에서의 '기득권'도 거의 없어 언제든지 철수와 신규 진입이 쉽다. 이는 매년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혁신상 수상 기업의 변화에서 확인된다. 올해 혁신상을 받은 한국 기업 중에서 창업·벤처기업 비중은 83%에 달했다. 2019년만 해도 41%에 그쳤다.

한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 중 하나가 대학졸업자의 고질적인 취업난이다. 삼성그룹 외에 신입사원을 대규모 공개채용을 실시하는 그룹은 없다. 대부분의 그룹은 능력이 검증된 경력사원을 뽑으면서 인력 규모 유지에 매달리는 분위기다.

(그래프제공=중기부)
(그래프제공=중기부)

근본적 해법은 일자리 창출여력이 큰 벤처·창업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2021년 대비 2022년 고용증가율은 2.4%에 그쳤다. 이에 비해 벤처·스타트업은 8.1%, 유니콘기업은 22.9%, 벤처투자기업은 29.8%에 달했다.

한국은 그간 규모의 경제에 중점을 둔 대기업 주도 성장 모델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올라섰다. 디지털 경제가 정착되고 선진국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벤처·스타트업 진흥이란 '제2의 날개'를 활짝 펼칠 때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생산성을 신장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 국민소득 증진을 이뤄가야만 인구 감소의 폐해를 극복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표제공=중기부)
(표제공=중기부)

중기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글로벌 창업대축으로의 도약을 위한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의 골자는 스타트업이 미래성장동력이 되도록 6대 정책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것이다. 

국내 지원에 한정됐던 정책대상에 해외에서의 창업을 포함한다는 결정이 주목된다. 한국인이 창업한 해외법인 중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곳에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창원 지원 관련 법령을 개정, 성공적인 해외정착을 돕는다.

중기부는 그 사례로 한인이 설립한 해외법인이 국내 스타트업 주식의 30%를 초과 소유하면서 최대 주주로 있거나 이사회의 과반수 임명권한을 보유하는 등 지배·종속관계가 있는 경우를 들었다. 또한 한국인의 해외창업으로 본사는 외국에 있지만 연구기관 또는 제조시설을 한국에 두는 등 국내경제에 기여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한국계 유니콘기업인 몰로코, 센드버그 등이 중기부의 창업지원사업을 신청하면 국내 법인과 동등하게 심사하고 지원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기로 했다.

(표제공=중기부)
(표제공=중기부)

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일정금액(20만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창업기업이 해외법인을 설립할 경우 해외진출자금 등을 매칭지원하는 'GLOBAL TIPS'를 신설한다는 조치도 눈에 띈다. '초격차 10대 분야' 딥테크 스타트업에 시범도입한뒤 성과를 보아가며 확대를 추진한다.

해외 인재를 한국의 창업벤처 생태계로 유입시키는 창업·취업비자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기술성과 사업성이 빼어난 사업모델을 가진 외국인에게 창업비자를 주고 사업화 자금 지원도 검토한다. 졸업후 창업을 희망하는 유학생(D-2)이 창업준비 비자(D-10-2)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변경제도를 활성활 방침이다. 

영국은 기술력을 지닌 해외 창업기업 유치를 위해 GEP(Global Entrepreneur Program)를 도입, 시행하면서 1000개 이상 기업의 본사 이전, 1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 1.6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해외 스타트업 유치전략가인 '딜메이커'를 통해 비자 승인, 멘토링, 네트워킹을 지원했다.

영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정부는 '한국형 GEP'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외기업 발굴 경험이 있는 전문가로 ‘K-스카우터’를 구성, 대상 기업을 찾아 기술이전, 네트워킹, 투자유치, 세제혜택 등 종합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할 방침이다. 

전세계 스타트업이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가상 스타트업 생태계인 ‘K-스타버스’를 시범 추진한다는 방침도 흥미를 끈다. 기존 민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 2024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창업지원 보조금을 지원한뒤 해당 스타트업이 성공하면 매출액의 3%를 로열티로 받는 기술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당 기업은 정부지원금 전액을 상환할 때까지 로열티를 지급한다. 

이스라엘처럼 창업사업 지원 방식을 동기부여형으로 개편한다는 계획도 흥미를 끈다. 매출이 발생하면 추가 지원금액의 일부를 수년에 걸쳐 회수하는 ‘성공불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1억원을 지원한 기업에게 3000만원을 추가 지급하면서 매출이 나오면 3000만원을 되돌려받겠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손해볼 일이 없다. 정부는 기업가치를 산정하지 않고 투자를 병행하는 ‘보조+투자’, 1회 심사로 보조금과 융자를 동시에 지원하고 융자 창업기반자금 운용방식처럼 원리금을 회수하는 ‘보조+융자’ 방식도 도입할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와 스타트업이 혁신의 주체"라며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와 스타트업이 혁신의 주체"라며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마치면서 “이제는 디지털화로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스타트업들이 국내만 쳐다보고 있는다면 세계 시장에 접근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혁신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시장과 세계시장을 싱글마켓으로 단일화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제거하면서 국제기준과 표준에 맞게 한국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해외 벤처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다. 대출금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한계에 이른 '좀비 기업'은 퇴출되어야 한다. 썩은 살을 도려내야 새로운 살이 돋아난다. 우리 경제의 신진대사 촉진을 위해서라도 스타트업의 발전과 세계 진출이 이뤄져야 한다.

'스타트업 코리아'의 비전과 목표 (표제공=중기부)
'스타트업 코리아'의 비전과 목표 (표제공=중기부)

미국 기업분석회사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글로벌 100대 유니콘기업의 국가별 순위에서 미국이 59개로 가장 많았다. 중국 12개, 영국 7개, 인도 6개 순이었다. 한국에선 모바일금융서비스기업인 토스만이 포함됐다. 정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을 5개로 늘리고 작년 현재 10위를 기록한 서울의 창업벤처 생태계 순위를 7위로 높인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쿠팡은 소셜 커머스에서 출발, 2014년 전자상거래업체로 전환하면서 유니콘 기업에 등재됐다. 배달서비스, 택배, OTT 등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기업용 채팅 API 소프트웨어 회사인 센드버그를 이끌고 있는 김동신 CEO는 미국에서 창업한뒤 캘리포니아로 이전하면서 현지 벤처캐피털로부터 보육과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바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고 해외 인재가 국내에서 한국인과 공동창업한뒤 본국으로 역진출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자금 조달과 컨설팅 연결 등에서 촉진자 역할을 하면서 국내외 규제를 혁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K-팝'처럼 ‘K-스타트업’에서도 성공사례가 지속적으로 많이 나와 한국이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세계 첫 번째 '창업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부와 대기업 등이 세계의 혁신기업인들이 한국으로 집결,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 동기를 마련해준다면 달성가능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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