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9.02 00:00

야당 "감옥 가더라도 '옥중 공천권 행사' 포석…'출퇴근 단식' 널리 알려지면 조롱의 대상 전락"

강신업 변호사. (사진=강신업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강신업 변호사. (사진=강신업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31일밤부터 국회 본관앞에 천막 농성장을 꾸리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 대표의 단식 농성의 의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앞으로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이 대표는 단식에 돌입하면서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며 "맨 앞에 서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단식의 사유'로 윤석열 정권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국정방향 전환 ▲오염수 방류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쇄신과 개각 등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단식의 의미와 향후 영향'에 대해 두 명의 정치 전문가는 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강신업 변호사는 "이재명이 승부수를 건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재명이 말했던 '사즉생'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이재명이 스스로를 던져서 한번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라며 "이재명의 입장에선 살아남느냐 아니면 죽느냐를 이번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죽음만이 아닌 물리적인 죽음까지도 포함됐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파 일각에서 그를 조롱하면서 '정신 승리'하고 있는데 그건 천만의 말씀"이라며 "만약에 이재명이 실제로 단식을 하다가 쓰러져 입원을 하게 되면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그 지지자들은 똘똘 뭉치게 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러니까 이재명은 자신이 감옥으로 가거나 정치적으로 사망하기보다는 자신을 던져서 진짜로 한번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고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을 노리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노리는 것인데 물론 그게 성공할지 안 할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재명(앞줄 왼쪽 세 번째) 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관앞 단식농성장에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재명(앞줄 왼쪽 세 번째) 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관앞 단식농성장에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강 변호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과거 단식 성공사례와 현재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그는 "예전처럼 명분이 확실히 있으면 성공한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엔 단식이 성공한 것 아니냐"며 "하지만 이재명은 단식의 명분이 약하다. 더군다나 자신이 사법 리스크가 없고 독재시절에 이에 항거해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것이거나 특권 폐지를 내세웠다거나 하는 특별한 명분이 있었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이재명의 단식이 성공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강 변호사가 거론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지난 1983년의 이른바 23일간의 단식이다. 강 변호사는 이 단식을 '성공한 단식'으로 평가한 것이다. 

지난 1983년 당시 김영삼(전 대통령)은 김대중(전 대통령) 등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를 조직했고, 같은해 5월 18일에는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단식 투쟁을 했다.

같은 날 광주 민주화 운동 3주기를 맞이해 전두환 정권의 야당인사 탄압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23일간 단식투쟁을 시도했다. 김영삼은 이날 민주화 5개항 수용과 야당 인사 석방을 주장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김영삼은 5월 25일 단식으로 심신이 쇠약해지자 그는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했다. 5월 27일 민정당 사무총장 권익현이 전두환대통령을 대신해 김영삼의 병상을 찾아와 단식을 중단해줄 것을 촉구하는 전두환의 의사를 전달했으나 김영삼은 이를 거절했다.

5월 28일에 권익현이 다시 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 중인 김영삼의 병상을 찾아왔으나 역시 거절했다.

5월 29일 권익현은 다시 서울대 병원으로 찾아가 김영삼을 찾았으나, 김영삼은 "나를 해외로 보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를 시체로 만든 뒤에 해외로 부치면 된다"고 하면서 무안을 줘 되돌려보냈다. 6월 10일에는 23일간의 단식농성을 마쳤고, 이후 억압체제는 결국 완화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관앞 단식농성장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들이 대거 몰려와 민주당의 '국회본관앞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관앞 단식농성장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들이 대거 몰려와 민주당의 '국회본관앞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런 가운데, 야당 중진의원의 보좌진은 이날 "이재명의 단식은 전체적으로 '방탄 단식'이란 의미를 갖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방탄 단식이라는 의미는 거대 제1야당의 대표가 단식을 통해 약자 코스프레, 투사 코스프레를 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재명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지고 나면 그 이후 국회로 이재명 체포 동의안이 올라올텐데 단식을 하는 대표를 향해 체포동의안이 일방적으로 가결되기엔 여권·법원·비명계(비이재명계) 모두 정치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이재명은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방탄 단식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만약에 가결된다면 친명계와 이재명 극렬지지층의 결집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더군다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만약에 그게 인용돼서 이재명이 감옥에 가게 되더라도 그 결집된 힘이 결국 '옥중 공천권 행사' 등의 당내 헤게모니를 행사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이재명은 그것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밤부터 1일 오전 7시경까지 국회 본관앞 단식농성장을 비운 가운데, 한 네티즌이 이재명 대표의 '자리 비움'을 비꼬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사진제공=독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밤부터 1일 오전 7시경까지 국회 본관앞 단식농성장을 비운 가운데, 한 네티즌이 이재명 대표의 '자리 비움'을 비꼬는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사진제공=독자)

또한 "이재명이 이른바 '출퇴근 단식'을 하고 있다는데 이런 것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질 경우에는 단식 자체가 희화화되고 소기의 성과는커녕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기 쉽다"고 말을 맺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1일밤 국회 본관앞 단식농성장에서 취침하지 않고 자리를 비웠고 이는 1일 오전 7시경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 관계자는 "제1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경호 문제가 있다"며 "경호 프로토콜상 밤에는 실내로 들어가서 취침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잠을 국회 밖에 나가서 잔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출퇴근 없이 국회에 있을 것"이라며 "다만 밤에는 국회 내의 어딘가 실내에서 취침을 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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