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9.05 14:50

임씨 성추행 1심 선고받아…정의연 "위안부 역사 지우기 시도" 비판

5일 남산 '기억의 터'에서 임옥상의 조형물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청)
5일 남산 '기억의 터'에서 임옥상의 조형물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청)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서울시가 5일 오전 중구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민중 미술가 임옥상 화백의 조형물인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등 2점을 철거했다. 임 씨는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날에는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대 집회 등으로 철거하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민단체는 죽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강력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래 사회 정의를 세우자고 시작한 일이었을 텐데 설립 목적에서 한참 벗어났다. 오랜 세월 진영논리에 젖어 사고하다 보니 무엇이 상식인지도 모르는 듯하다"며 "이제 시민운동은 우리편들기 운동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의연 등 시민단체의 반발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 공간인 '기억의 터'에 성추행 선고를 받은 임 씨의 작품을 남겨두는 것은 생존해 있는 위안부뿐만 아니라 시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기업의 터 설립추진위원회는 편향적인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철거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시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가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고, 위원회가 주장하는 '작가 이름만 삭제하자'는 의견은 23.8%에 불과했다"며 "이름만 가리는 것은 오히려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비정상화된 노조에서 벗어나고자 올바른 노조 운동이 싹텄듯 진영논리가 아닌 상식과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민운동이 필요하다"며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연은 서울시의 '기억의 터' 기습철거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의연은 "임옥상 성추행 사건을 통해 만연한 여성폭력의 현실을 드러내고 범죄 이후 그의 파렴치한 행보까지 모두 기록하는 방안을 찾자고 했으나 서울시는 이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철거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억의 터 철거는 임옥상 지우기가 아닌 일본군 '위안부' 역사 지우기, 여성폭력 저항의 역사 지우기"라며 "앞으로 서울시가 기억의 터 공간을 어떻게 재조성할지,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기리는 일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똑똑히 지켜보고 말하고 개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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