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9.06 14:33

유진투자 "유가 더 오르면 연말 물가상승률 3% 아래 어려울수도"

(사진=뉴스웍스 DB)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6월과 7월 2%대로 낮아졌던 소비자물가가 8월 들어 3%대로 반등했다. 고유가와 추석 명절 영향으로 9월에도 물가상승률은 3%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3.4% 상승했다. 석 달 만에 상승률이 3%대로 재차 진입했다. 전월 대비로는 1.0% 올랐는데 이는 2017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물가 상방 압력이 강해지면서 정부도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8월 물가에 대해 "최근 석유류·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에는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나, 10월 이후에는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가격도 안정되면서 4분기 중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달 내놓은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다. 1~8월 누적 기준 물가상승률이 3.7%인 만큼 예상대로 4분기 물가가 3% 내외로 안정된다면 연간 3.5% 수준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제유가가 상승 중이고 폭우와 폭염에 따른 농산물 물가가 크게 뛰고 있어 당장 9월 물가는 8월에 비해 하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의 소비자물가 움직임은 에너지 가격의 기저효과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석유류 가격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중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는 데 기여한 반면, 작년 8월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상당폭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기저효과에 따른 물가상승률 반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으며 유로지역, 영국 등에서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제유가는 연일 들썩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산유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하루 130만배럴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요동쳤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및 브렌트유는 연중 최고치 및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8월 국내물가에서는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9% 하락하면서 물가 안정에 기여했으나 전달 대비로는 8.1% 올라 향후 상승세가 우려된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유류세 한시 인하(현행 휘발유 25%, 경유·LPG부탄 37%)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했다.

세수 펑크 등으로 인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예정대로 지난 6월 종료됐던 만큼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8월 31일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두 달 연장이 결정됐다. 참고로 6일 기준 서울 주유소의 리터당 평균 휘발유값은 1833원에 달한다. 전국 평균은 1750.36원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과 10월까지 3%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수 있지만 연말에는 재차 2%대 후반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하면 연말까지 3% 아래로 둔화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월 16일 경남 진주시 소재 한국배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해 추석 성수품인 배의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8월 16일 경남 진주시 소재 한국배영농조합법인을 방문해 추석 성수품인 배의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여름 기간 내 이어졌던 폭염과 폭우에 따른 농산물 생산 차질도 추석을 앞두고 걱정거리다. 8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2.7% 올랐다.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축산물(-2.7%)은 내렸으나 농산물(5.4%)과 수산물(5.8%)이 다소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사과(30.5%), 쌀(7.8%), 수박(18.6%), 복숭아(23.8%), 고구마(22.0%), 고춧가루(9.3%)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폭염·태풍 등 기상 영향으로 채소류·과일류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2022년산 쌀 민간재고 물량이 감소하면서 쌀 가격도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추석 명절이 있는 9월 농축산물 수급 상황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봄철 저온·서리 피해가 발생한 사과·배는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추석 3주 전인 오는 7일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4만9000톤의 성수품을 공급하고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을 410억원 투입하는 등 추석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총력할 방침이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가격은 기상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과 추석 수요를 고려하면 9월에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4일 기준으로 보면 기상여건이 개선돼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추석 민생안정대책도 진행되고 있어 8월만큼 큰 가격 반등을 보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문제는 석유류 가격인데 한국의 원유수입단가를 선행하는 두바이유의 상승세를 살펴볼 때 9월에도 석유류는 중요한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세수 악화로 인해 유류세 인하 종료가 10월 말로 연장된 것은 다행이다. 실효성 논란은 있으나 인하 종료 시 단기적으로는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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