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9.12 16:22

사자명예훼손죄, 공연히 '허위 사실 적시'해야 성립

문재인 전 대통령 vs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사진=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전 대통령 vs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사진=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12일 자신의 부친을 '친일파'로 매도했다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고소했다. 

이에 박민식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저는 법적 절차에 충실히 따르되, 그에 따르는 수고로움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감수해야 할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피력했다.

박 장관은 또 "다만 참으로 유감스럽다"며 "저는 지난 국회 정무위 회의에 출석해 답변 과정에서 과거의 아픈 역사를 현재와 미래의 발목잡기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백선엽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친을 예로 언급했으나 그 문제의식은 분명하다"며 "저는 문 전 대통령 부친 문용형씨를 친일파로 일방적으로 몰아가거나 비판을 한 바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백선엽 장군이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친이든 그 삶을 함부로 규정 지어선 안 된다. 일제 강점기라는 아픔의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는 같은 기준, 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런 진심마저도 왜곡하면서, 전직 대통령이 법적 공격을 통해 또 다시 반일 대 친일의 정쟁으로 몰아가는 행태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고소를 통해 도대체 무엇이 친일이고, 누가 친일파인지 보다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된다면 망외의 소득이 될 것"이라며 "부디 우리 국민들이 왜곡된 친일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자 메시지 공지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은 오늘 오전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박 장관을 고소했다. 문 전 대통령 위임을 받은 비서관이 고소장을 양산경찰서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장관이 아무 근거 없이 문 전 대통령 부친에 대해 '친일을 했다'고 매도한 탓"이라며 "정부 여당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가리기 위해 전임 대통령 부친까지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사건은 애초 박 장관이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선엽이 스물 몇 살 때 친일파라고 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친인 문용형 그분도 나이가 똑같다. 1920년생. 그 당시 (문 전 대통령 부친은) 흥남시 농업계장을 했는데, 그건 친일파가 아니고 백선엽 만주군관학교는 소위 친일파인가"라며 "어떤 근거로 한쪽은 친일파가 되어야 하고 한쪽은 친일파가 안 되어야 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즉, 박 장관은 가정법을 사용해 문용형씨가 일제 치하에서 공무원을 했는데도 친일파가 아니라면 일제 치하에서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한 백선엽 장군도 친일파로 볼 수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의 부친 문용형 씨는 1920년 함경도 흥남시에서 태어난 후 흥남시청 농업과장으로 근무하다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흥남철수작전 때 남한으로 피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문용형 씨의 경력을 보면 1940년부터 1942년까지 일본제국령 조선 함주군 흥남읍사무소 농업계 계장으로 재직한 것으로 나온다. 

한편, 윤건영 의원은 박 장관의 발언이 나온 당일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문 전 대통령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것은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라며 문 전 대통령의 법적 대응 방침을 예고한 바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문용형씨가 일제강점기 당시 공무원으로 재직했는지 여부다. 만일, 일제강점기 때 공무원으로 재직했다면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사자명예훼손죄(死者名譽毁損罪)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실을 적시한 때'에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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