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09.14 13:42
농심이 지난 6월 26일 출시한 '먹태깡'은 현재까지 424만봉의 판매고를 올렸다. (사진제공=농심)
농심이 지난 6월 26일 출시한 '먹태깡'은 현재까지 424만봉의 판매고를 올렸다. (사진제공=농심)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농심 ‘먹태깡’의 대항마를 자처한 롯데웰푸드 ‘노가리칩’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초반 흥행에 성공하자, 이런 인기에 편승해 ‘미투(Me too·모방)’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품 품귀 현상에 기댄 ‘헝거 마케팅’과 이를 역이용한 판매 전략을 관전 포인트로 주목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롯데웰푸드가 출시한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이 출시 10일만에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의 주요 편의점에서 발주가 중단됐다. 롯데웰푸드 측은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고 있지만, 판매량을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판매 추이가 이어질 경우, 먹태깡에 근접한 수준까지 달할 수 있다. 먹태깡은 지난 6월 출시 이후 두 달여 만에 400만봉 판매를 달성했다. 현재까지 관련 매출은 8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국내 스낵시장에서 매출 100억원 이상을 넘어가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

앞서 농심은 빗발치는 수요를 감당하고자 부산공장으로 먹태깡 물량을 이관하는 등, 기존보다 생산량을 30% 늘린 바 있다. 그럼에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먹태깡을 구하고자 여전히 웃돈을 주고 구매하거나 입고 소식이 뜨면 ‘오픈런’을 하는 등 먹태깡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종종 쓰이던 헝거 마케팅이 스낵시장까지 번졌다는 관측이다. 헝거 마케팅이란 한정된 물량만을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잠재 고객을 ‘배고픈’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희소 마케팅이라고도 불리는 헝거 마케팅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다양한 MD 상품을 한정 기간에 판매해 흥행에 성공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꼬꼬면’ 열풍 때 팔도는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고자 공장증설을 결정했지만, 헝거 마케팅 기법을 간과해 쓴맛을 보고 말았다”며 “소비 심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법도 훌륭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먹태깡 출시 이후 뒤이어 출시 된 미투 제품들. 롯데웰푸드의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맨 왼쪽부터 차례로) ㈜제드플랜과 상일제과㈜의 먹태쌀칩 청양마요맛, CU의 자체브랜드(PB) 헤이루의 청양마요맛 새우칩, 유앤아이트레이드의 먹테이토 청양마요맛 (사진제공=각사)
먹태깡 출시 이후 뒤이어 출시 된 미투 제품들. 롯데웰푸드의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맨 왼쪽부터 차례로) ㈜제드플랜과 상일제과㈜의 먹태쌀칩 청양마요맛, CU의 자체브랜드(PB) 헤이루의 청양마요맛 새우칩, 유앤아이트레이드의 먹테이토 청양마요맛 (사진제공=각사)

일부 유통채널은 헝거 마케팅을 역이용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기존 먹태깡과 유사하게 안줏거리로 이용되는 먹태, 노가리, 감자 등에 마요네즈와 청양고추 등을 가미한 미투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CU는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제품 ‘청양마요맛 새우칩’을 내놨고, GS25는 상일제과의 ‘먹태쌀칩 청양마요맛’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제품 역시 생산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노가리칩처럼 발주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도 먹태깡을 검색하면 ‘피쉬트리 오븐에 구운 먹태깡’, ‘예찬원 오븐에 구워 바삭한 시즈닝 단백질 먹태’, ‘안주야 먹태열풍 청양데리아끼맛’ 등 유사 제품이 판매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먹태깡 열풍에 기대 반사이익을 한껏 누리는 모습이다.

한편, 2021년 기준 특허청에 제기된 심판청구 건수는 3981건으로 지난 2015년 5900건 이상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들었다. 지적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 강화로 수치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유통업계는 연구개발비 절감과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베끼기 관행이 여전한 형편이다.

최근 CU의 ‘연세우유생크림빵’이 큰 인기를 얻자 GS25에서는 ‘브레디크 생크림빵’을, 세븐일레븐에서는 ‘제주우유 생크림빵’을 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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