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9.20 18:53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사회 복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사회 복귀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정은지·유한새 기자] 수입과 권력, 명예를 동시에 추구하는 초경쟁 사회. 고립은둔 청년의 대부분은 더 높은 계단을 올라가려는 다툼 속에서 밀려나버린 희생자다. 문제는 그동안 사회가 이들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민간통신사 뉴스웍스가 주관하는 '고립은둔 청년 사회 복귀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솔지 동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의 '고립은둔 청년의 실태와 해결 방안'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패널 토의에서는 ▲임세희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청년정책팀장 ▲조린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겸 청년이음센터 관장 ▲송성용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가 패널 토의자로 참가해 정부와 학계, 현장 전문가의 시각으로 도출한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좌장은 최승욱 뉴스웍스 편집인이 맡았다.

임세희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청년정책팀장이 고립은둔 청년과 관련한 내년 복지부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임세희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청년정책팀장이 고립은둔 청년과 관련한 내년 복지부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임세희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청년정책팀장은 "사회적 고립 문제는 2020년 팬데믹 상황을 거치며 더욱 심화됐다. 2023년 청년기본법의 개정으로 취약계층 청년에 대한 정의 및 정부 책임 등이 규정돼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 등 정책 추진 근거는 마련됐지만, 청년 당사자에 대한 인식 부족, 예산의 한계 등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선, 먼저 이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린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은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지역 내 고립은둔 청년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인력을 구성해 찾아가는 발굴 및 맞춤형 종합 서비스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별다른 원인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폭행, 살인 등의 중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묻지마 식 범죄' 사건이 등장하고 있다. 범죄는 주로 30대(31.3%)와 40대(33.3%), 20대(18.8%)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폭행·상해죄 범죄자의 주된 연령층(40~50대)보다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은 ▲정신질환 ▲비행 가담자 ▲은둔고립자 위주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특히 스토킹 범죄나 디지털 성범죄는 청년층에서 발생하고 있다. 고립이 심해지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정상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고립은 결국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을 외부가 아닌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회적인 구조 만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송성용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병으로 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낮아진 자존감과 대인관계의 불안감, 외부의 자극에 대한 예민함에는 심리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고립은둔 청년과 범죄를 연결시키는 것은 그들을 더욱 숨어버리게 만들 수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는 병명이 아닌 심리적, 사회적 원인으로 발생된 하나의 증상으로,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는 아픈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들을 찾아낼 수 있는 청소년기의 정신건강검진 제도의 필요성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의 수업에 정신건강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하고, 미성년자도 언제든 상담과 정신과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장 겸 청년이음센터 관장이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장 겸 청년이음센터 관장이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고립은둔 청년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년이 사회복지 대상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과 다름없다. 취약계층 지원은 중장년을 우선적으로 하는 만큼,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은 현재 미미한 수준이다.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겸 청년이음센터 관장은 복지 대상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취약계층이라는 범위가 너무 넓다 보니 복지 관련 문제도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선 취약계층에 대한 기준이 좀 더 촘촘하게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 관장은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곳은 상당히 부족하다. 청년들이 일상 기능을 회복해서 사회에 나올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고립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센터가 중요하다. 특히 주거, 일자리, 인간관계, 심리적 문제, 정신건강 문제 등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 청년기업센터 모델은 청년이음센터를 세워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며 "법률 개정과 별개로 지역사회 안에서의 조례를 통해 활발하게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부재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관장은 "1년이 지나면 다시 은둔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3년, 5년 단위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년과 지역사회가 긴밀하게 연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립은둔 청년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을 파악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의가 끝난 뒤, 토론자들이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대한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패널 토의가 끝난 뒤, 토론자들이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대한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패널 토론이 끝난 뒤, 고립은둔 청년의 정책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 대표는 "아들이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에 참여해 기업 인턴 3개월을 할 수 있었지만, 인턴이 끝난 후에는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다"며 "복지부가 내년에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사업을 얼마나 지속할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패널 토론에서 임세희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이 4개 시·도 공모를 통해 전담 기관에 사례관리사 등 인력을 배치해 고립은둔 청년 발굴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후관리까지 밀착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내년도 시범 사업을 밝힌 것에 대한 질문이다.

임 팀장은 "우리가 내년에 진행하는 시범 사업은 2년 동안 진행될 예정으로, 해당 사업을 토대로 이르면 2026년에 전국에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원 대상에 들어오는 청년들에 대해서는 서비스 기한을 별도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원 대상 청년들이 사회에 복귀할 때까지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회에 복귀할 정도가 돼 지원이 끝난 이후라도 정기적인 면담을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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