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0.10 12:02

가입회선 1%p 차이 추격…친정 죽이기냐 봐주기냐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진제공=KT)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소극적으로 반응할 것이냐, 적극적인 반전에 나설 것이냐.'

통신 시장 3위인 LG유플러스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 기준으로 2위 KT의 자리를 박빙의 차로 넘보고 있어 LG 출신 김영섭 KT 사장의 취임 뒤 첫 친정에 대한 반격 수위가 관심을 끌고 있다.

3위 LG유플러스는 최근 2위를 탈환하는 순간에 임박해 있다. 이는 만년 3위 LG가 지난 1997년 10월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 뒤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위 사업자가 바로 KT, 그리고 KT의 새 수장이 LG그룹에서만 40여 년간 재직했던 김 사장이다.

10일 통신 3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사업자별 전체 이동통신 가입 회선은 SK텔레콤 3138만(38.8%), KT 1770만(21.9%), LG유플러스 1694만(20.9%) 순이다. 이어 알뜰폰업체들이 1494만(18.4%)을 기록했다. 

관심이 쏠렸던 LG유플러스의 '2위 이동통신사' 진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LG는 KT에 불과 1%포인트 차이로 3위를 기록,  KT의 뒤꽁무니를 지근거리에서 뒤쫓고 있다.

LG유플러스 회선 증가 배경에는 LTE 가입자가 있다. 예컨대 7월 기준 LG유플러스의 LTE 회선은 1020만명으로 KT(776만명)를 크게 앞서 있다. LG유플러스 전체 무선회선의 약 61%가 LTE 가입자인 셈이다.

특히 LTE 회선 중 차량·로봇·생활가전 등의 인터넷 연결에 필요한 IoT(사물인터넷) 회선 증가가 LG유플러스 약진의 주역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재 현대차그룹에 독점적 무선통신 회선을 제공하고 있고, 쌍용자동차·토요타 등에도 회선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는 이 점을 지적하며 LG의 가입자 규모 급증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LTE 회선 확대에 기댄 것이라는 폄하성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통신 3사의 주력시장은 5G(5세대)다. 8월 기준 1위 SK텔레콤의 5G가입자(회선 수 기준)는 이전 달 대비 약 18만명 증가한 1500만명을 기록했다. 이어 KT 943만명, LG유플러스 675만명 순으로 집계돼 그나마 KT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LTE+5G'라는 숫자의 힘에서 나오는 도미노 현상을 KT가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LTE 가입자를 5G 가입자로 끌어올리는 작업은 신규가입자 유치보다 수월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 5일 5G용 저가상품인 '너겟 요금제' 16종을 내놓은 것도 KT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 요금제는 1·3·5·7·8·9·11·14·17·19·24GB 등 저가의 데이터 구간을 촘촘히 나눠 청년층을 겨냥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 LG가 가진 요금제의 최저 데이터 제공량은 8GB부터 시작했다. 반면 너겟요금제의 최저데이터는 1GB부터 시작돼 고객들의 선택폭을 늘린 점이 차별 포인트다.

LG가 너겟요금제를 내놓으면서 SK텔레콤, KT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은 통상 한 업체가 치고 나가면 나머지 통신사들도 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응하는 형태로 경쟁을 해왔다. 

너겟요금제 발표 당일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이 "너겟요금제는 '3위 사업자가 이런 걸 해야지'라고 할 정도로 혁신적"이라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5G 요금제의 시작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5G 요금제 하한선을 내려줄 것을 강조해왔는데 너겟요금제가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결국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경쟁이 예고되면서 SK텔레콤과 KT도 1∼24GB 구간을 잘게 나눈 3만원 초·중반대 5G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시장에서 총가입자 기준으로 LG유플러스와 2위 자리를 다투게 된 KT, 특히 지난 8월 30일 신임 대표로 취임한 뒤 갓 1달을 넘긴 LG그룹 출신 김영섭 KT 사장의 대응 수준은 단연 관심거리다.

김 사장은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뒤 LG그룹에서만 39년간 재직했던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LG유플러스 부사장, LG CNS 사장 등을 오가면서 역임해 LG그룹 IT계열사들의 숟가락 개수까지 파악할 정도라는 점에서 반응 수위가 눈길을 끌게 됐다. 그는 LG CNS에서는 CEO로만 7년간 일했다.  

김 사장의 딜레마도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에 소극적으로 반응할 경우 친정 봐주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는 친정 죽이기라는 반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촌평했다.

적극적 대응 예상론자들은 김사장이 내정자 시절부터 '1등 KT'를, 취임식에서도 "1등 위상을 되찾자"고 강조했던 점을 거론한다. 김 사장은 통신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면서도 기본기를 강조해왔는데 이는 KT의 기본사업인 통신부문 리더십을 다져야 한다는 의지로 해석돼 왔다.

소극 대응 예상론자들은 저가 요금제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실질적으로 5G 요금제 이용자가 대부분 월평균 24∼25GB를 쓰는 상황인데 LG 너겟요금제가 정부 압력으로 나왔다는 것. 

그래서 LG 너겟요금제에 맞대응하는 SK텔레콤과 KT도 소비자에게 실질적 이득이 돌아가는 격렬한 저가형 요금제가 아니라 기존 구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적 대응에 나서리라는 것이다.

통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래저래 2위 자리를 놓고 통신시장의 핫이슈로 부상한 LG유플러스에 대응하는 KT 김 사장의 선택은 화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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