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0.12 07:00
차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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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금융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9년 동안 임기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윤 회장이 퇴임을 앞두고 뼈 있는 말을 남긴 이유는 전자·자동차·선박 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음악·영화·음식까지 전 세계가 한류 열풍에 휩싸였지만, 금융만큼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프라 등 환경적인 부문에서 금융산업이 발전할 요인은 충분하다. 올해 초 글로벌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 세계 130개 도시 중 10위를 기록했다.

베이징(13위), 파리(14위), 도쿄(21위) 보다도 서울이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특히 미래부상 가능성 부분에선 전체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성장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은행 산업은 홀대받고 있다. 오히려 매년 국정감사에서 이자장사로 뭇매를 맞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꺼릴 정도다.

이 때문에 뱅커지 기준 세계 50위 안에 속한 국내 금융지주는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 리딩뱅크로 자리 잡은 KB금융도 올해 60위에 머물고 있다. KB금융은 ▲2016년 64위 ▲2017년 60위 ▲2018년 59위 ▲2019년 59위 ▲2020년 61위 ▲2021년 62위 ▲2022년 60위로 최근 7년 동안 60위 순위에서 머무르고 있다.

국내 4대 은행지주의 글로벌 순위 평균 역시 지난 10년 동안 70위권 수준이다.

덩치는 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하면 은행의 대출자산은 989조원에서 2541조원으로 지난 15년 동안 약 2.5배 증가했다. 은행의 밑천인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96조8000억원에서 256조9000억원으로 2.6배 증가했다.

그러나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5조원에서 18조6000억원으로 24% 상승하는 데 그쳐 수익성이 자산 및 자기자본 증가에 못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ROE와 ROA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5.2%, 0.4%를 기록해 미국 등 주요국 은행들의 절반 또는 그 이하의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능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예로 국내외 M&A 등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 유가증권 발행 등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해야 글로벌 플레이어와 붙을 수 있는 링에 오를 수 있다.

또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 능력은 기업의 주식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기업의 주식 가치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기반하고 있다. 즉, 은행이 안정적 수익성을 유지해야 자본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자본조달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은행의 본업은 이자장사다. 그런데 본업을 하지 말라면 다른 사업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는 게 마땅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8월 금융회사에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골목상권 침해 이유로 무기한 연기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은 비금융 산업으로 사업을 확대해 이자이익에 치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이자장사 비판보다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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