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3.12.12 13:00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가 자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험상품 제조와 판매의 분리 즉, '제판분리'가 앞으로 보험업계에서 활성화할 경우 GA업계가 보험판매 주체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체 보험상품 판매인력 대비 GA 소속 설계사 비중은 지난 2012년 39.1%에서 지난해 60.1%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보험업계의 한 축을 떠맡기 위해 그동안의 부조리를 모두 털어내고 그야말로 '새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GA업계는 자정화의 일환으로 지난 7월 '자율협약'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통해 그간의 업계 불공정 관행을 모두 없애고 떨어진 위상도 바로 세우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자율협약의 골자는 ▲설계사 인력빼오기 예방 ▲허위·과장 광고행위 금지 ▲판매과정별 법규 및 판매준칙 준수 ▲보험설계사 전문성 제고 및 상품 비교·설명제도 안착 ▲준법내부통제 운영시스템 컨설팅 지원 및 정보공유 등이다.

자율협약의 첫 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주요 회원사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7월로 예정된 첫 자율협약식을 뒤로 미뤄야만 했기 때문이다. 자율협약식은 GA업계 자정화 의지를 대중에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GA업계는 자율협약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 결과 행사 취소 두 달 만인 올 9월에 대형 GA 39개사의 자율협약을 이끌어냈으며 이번 달 8일에는 그 범주를 55개사까지 늘렸다. 업계는 올 연말까지 자율협약 참여사를 6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GA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위대한 발걸음'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여태 유야무야했던 업계 개혁에 드디어 불이 붙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업계 개혁의 불꽃이 끝까지 타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이 자율협약은 3선 의원 출신인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 지난 6월 취임한지 불과 2~3개월 만에 전개된 것이다. 더군다나 김 회장은 목표 달성 이상의 성과를 위해 매주 서너곳의 GA를 직접 방문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자율협약이 말미에 가서 추진력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율협약의 취지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상세안이 함께 나와야, 협약이 말 그대로 자율에 그치지 않고 강제성을 띨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AIA생명의 자회사형 GA인 AIA프리미어파트너스는 출범 한 달 만에 400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를 끌어모았는데 이 중 300명 넘는 인력을 GA 한 곳에서 데려왔다.

자율협약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AIA프리미어파트너스 사례처럼 GA업계가 자정화를 위해 여태 쏟은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용태 협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자율협약을 스스로 깨고자 하는 GA가 있다면 업계 차원에서 법적·행정적 제재 이상의 조치를 취해 자정화에 힘 쓰겠다"고 강조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작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시작이 빛을 보려면 마지막도 아름다워야 한다.

이 자율협약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금융당국도 나설 필요가 있다. GA업계가 혼자 감당하기에 자정화의 무게는 다소 무거울 수 있다.   

GA업계가 키워낸 자정화의 불씨가 끝까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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