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10.12 16:06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1662개의 증권계좌를 부당하게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투자증권으로 기재된 신청서 사본이 수정되지 않고 '키움증권위탁' 계좌가 개설된 사례.(자료=금융감독원)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1662개의 증권계좌를 부당하게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투자증권으로 기재된 신청서 사본이 수정되지 않고 '키움증권위탁' 계좌가 개설된 사례.(자료=금융감독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DGB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1662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것으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12일 대구은행 금융사고 검사 결과 대구은행 직원들이 2021년 8월 12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고객 1552명의 예금계좌와 연계해 다수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에서 직원 114명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 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하기 전에 출력(사본)해 B증권사의 계좌개설신청서로 활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했다.

이들은 고객에게 출력본 활용을 설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적 증빙이 없고,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운영중인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증권계좌 추가 개설은 불가하다.

일부 직원(7명)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의 연락처로 바꾸어 놓아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과 관련해 약관 등을 안내 받지 못한 사례도 32건이나 나왔다.

이 같은 사고는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지난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개시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KPI와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하면서 발생했다.

대구은행은 입출금계좌(1개)와 연계해 고객이 신청하는 복수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올해 7월말 기준 14개 증권사가 대구은행에 증권계좌 개설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대구은행이 영업점 KPI의 증권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강화(고객당 1계좌→2계좌)하고, 개인 실적에도 중복 반영한 사실이 증권계좌 부당 개설 유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당 개설 계좌 1662건 중에 90.5%가 KPI 변경 시점인 지난해에 발생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업무절차와 전산통제, 사후점검 기준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수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신규로 시행하면서 관련 내규 등 별도 업무처리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고객이 전자서명한 서류를 전산오류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데도 출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며, 이를 타 증권사 계좌개설신청서로도 이용 가능하도록 운영했다.

또 예금거래 등 여타 금융거래와 달리 증권계좌 개설 시에만 담당 직원이 고객 휴대폰 정보를 변경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대구은행은 고객이 증권거래 전용 휴대폰을 별도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변경 가능토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고객의 주요 연락처를 변경하는 대신 여타 번호를 추가해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 시행과 관련해 부당 취급 발생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자점감사 기준 등에 미반영하고, 이에 따라 실시된 영업점과 본점 자점감사에서 다수 직원이 사본서류를 이용한 사실고 신청서상 흠결을 적발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지체없이 보고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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