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0.16 15:36

최대 2300㎏ 차량 들어올려 운반…오차 범위 2㎝ 수준

자동차 하역장에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빼곡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자동차 하역장에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빼곡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하역을 위해 현대위아의 '무인 주차로봇'을 활용한 스마트주차시스템을 구축 사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스템 도입으로 하역장 부지 이용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자동차 하역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운반 인프라의 고도화로 경쟁업체와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청사진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위아와 중국 지무테크놀로지가 공동 개발한 무인운반차 방식의 주차로봇을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차로봇 개발은 이전부터 진행되던 프로젝트로, 상용화 단계를 앞두고 있다"며 "현대차 미국 조지아 공장에 들어갈 예정이며,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주차장 플랫폼 솔루션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해당 주차로봇이 사업장에 적용된다면 자동차 하역장 바닥에 QR코드를 심고 관제시스템을 도입, 주차로봇이 지정된 장소에 차량을 운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위아의 자율주행 주차로봇은 2개의 로봇이 1조로 움직이는 구조다. 이 로봇은 실시간 동기화로 하나의 로봇처럼 움직일 수 있으며, ▲전·후진 ▲제자리 회전 ▲측면 이동 ▲대각선 방향 이동 등이 가능하다. 차량 이동 공간의 최소화로 하역장의 부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높이가 11㎝에 불과한 이 주차로봇은 차량 밑으로 들어가 자동차 바퀴를 인식하고 들어올려 운반하는 형태로 고안됐다. 소형 로봇팔을 펼쳐 차량 바퀴를 밑에서부터 감싸 올려 안전하게 차량을 운반할 수 있다. 바퀴 크기와 거리 등은 라이다센서와 비전센서 등을 적용해 인식한다. 오차 범위는 2㎝ 수준이다.

주차 로봇은 최대 2300㎏의 차량을 들어올릴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2200㎏), 제네시스 'G90'(2025㎏), 기아 'EV6'(2160㎏), 카니발(2075㎏) 등 현대차·기아의 주력 차종 운반에 적합한 능력치를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위아가 선보인 주차로봇. (사진=정은지 기자)
현대위아가 선보인 주차로봇. (사진=정은지 기자)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해당 시스템 도입을 두고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8년부터 완성차 수송 사업에 진출한 이후 인프라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현대차와 기아의 자체 캡티브 물량 위주로 소화했지만, 2020년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물량을 수주하는 등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대거 확보한 '잭폿'을 터뜨려 해상운송에서만 약 3조원 규모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자동차 운반선에 전기차 화재 예방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최첨단 인프라 구축이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이번 주차로봇 시스템 도입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특히 선제적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현대차그룹의 의존도를 크게 줄여주고 있다. 2016년 40% 수준이었던 현대차그룹 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56%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달 초에는 인천공항 제2공항 물류 단지에 IT 기반의 물류 로봇 등 첨단 자동화 설비가 즐비한 글로벌 물류센터(GDC)를 짓기 시작해 육지와 해상, 항공의 모든 물류를 최첨단 인프라로 아우르겠다는 포부다. 

한편에서는 이번 주차로봇이 중국 회사와 함께 공동 개발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동차 산업의 후발 주자였던 중국은 자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 활성화에 힘입어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약 339만대)으로 부상했다. 비약적인 수출 증가로 인해 자동차 운반선이 부족한 실정이며, 이는 현대글로비스의 기회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배터리업체 CATL로부터 수천억원대의 배터리를 공급 받은 것과 중국 시장용 전기차 신차 출격을 준비하는 등 중국 시장의 회복 의지가 강하다"며 "이번 주차로봇 시스템도 그룹 전략에 부응하기 위한 연장선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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